대충격! 뿌이뿌이 모루카 기대와 다른 2기의 행보, 이대로 무너지나.
WEBZINE
WEDITOR 권도연
도파민 충격이 강한 제목과 달리 경건하게 뿌이뿌이 모루카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해야겠다.
뿌이뿌이 모루카는…
[짧은 설명]
기니피그가 자동차로 진화한 ‘모루카’, 털이 보송보송한 모루카들은 인간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다소 위험하기도 하지만 늘 사랑만 가득하다. 라는 내용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긴 설명]
기니피그가 자동차로 진화한 ‘모루카’는 여러 개성 넘치는 인간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곤 한다. 기니피그에 여러 종이 있는 것처럼 모루카 또한 아메리칸*, 테디**, 페루시안***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애니메이션 내에서 모루카는 양모펠트로 제작되어 표현되고 사람들은 소형 미니어처로 묘사되며, 나아가 실사 이미지가 사용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제작 방법이 사용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흔히 볼 수 있는 기니피그 종으로 털이 단정하고 짧은 것이 매력적이다. 반듯하고 3cm 정도로 털이 이루어져 있다.
**털이 짧고 위로 서 있는 털을 가지고 있지만 곱슬곱슬하고 부드럽게 서 있다.
***털이 제일 긴 종으로 여러 장모종의 시초이기도 하다. 1800년경 파리에서 알려졌으며 엉덩이와 머리 부분에 가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페루시안을 키우는 인간들은 머리를 묶어주기도 한다.
<뿌이뿌이 모루카(2021)>의 1부 감독인 미사토 토모키(見里朝希)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조형학부 시각전달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동경 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그는 2018년에 <많이 작은 염소(2018)>로 파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PIFFF) 등 일본 국내외에서 여러 호평을 받으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많이 작은 염소>는 부모의 과잉보호적 관계 집착이라는 주제의식을 스톱모션(퍼펫)을 통해 섬세한 감정 표현에까지 이끌어낸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그래서인지 밝은 내용의 <뿌이뿌이 모루카(2021)>에서도 차주와 모루카의 상호작용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뿌이뿌이 모루카>
2021년 신에이 애니메이션(シンエイ動 株式 社)에서 아침 7시에 방영되는 아동 대상 단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발표되었다. 이름은 뿌이뿌이 모루카(PUI PUI モルカー). 기니피그를 일본어로 모루모토(モルモット)라고 부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빵빵 기니 자동차’인 셈이다. 방영 후 일본 내에선 인기가 커져 일본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에서도 언급되는 등 뿌이뿌이 모루카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대사 없이 기니피그의 소리와 배경음악으로만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징은 해외 수출에 용이하게 작용했고, 2021년 12월에는 한국의 ‘애니 원’ 채널에서도 방영을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에서 한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이 서사를 가지고 움직이는 등 감독은 첫 데뷔작이지만 그가 학생 시절부터 보여줬던 섬세한 연출을 모루카에서도 보여주었고, 더불어 실제로 미사토 감독은 기니피그 ‘츠무기*’를 키우며 기니피그를 키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섬세한 기니피그의 감정 행동들을 고스란히 애니메이션에 녹여냈다. 강아지, 고양이와 달리 기니피그라는 다소 생소한 동물을 키우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제작된 아동 대상 단편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결국 인기에 힘입어 2022년 5월 31일 새로운 시리즈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 모루카 시즌2가 제작 결정되었다.
*츠무기는 시즌1 모루카의 성우를 맡았다. 시즌2에서는 기니피그 파임탄을 새로 영입했다.
^ 뿌이뿌이 모루카(2021)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
후속 제작된 뿌이뿌이 모루카 시즌 2는 사고를 친 모루카들이 운전학원으로 끌려간 후 운전학원에서의 일화라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시즌1, 시즌2 모두 옴니버스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운전학원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스토리를 다루기에 에피소드 형식을 보여주곤 한다. 시즌1에서 감독을 맡았던 미사토 토모기는 슈퍼바이저 제작 참여로 감독직을 물러나고, 시즌2는 오노 하나(小野ハナ) 감독으로 교체되었다. 분량은 시즌1과 동일하게 12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작과 다른 점이라면 등장인물로 운전학원의 호랑이 교관, 조수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
2분 40초가 이렇게 짧았나?
모루카의 애청자로서 모루카에는 아무 대사가 없지만 배경에 등장하는 간판 같은 글이 들어간 것에는 한글 더빙이 필요했기에 나는 기대를 품고 배급을 담당한 에스엠지홀딩스가 빨리 번역을 해줄 것을 기다렸다. VPN 우회를 하여 볼 수 있는 방법의 커다란 유혹을 저버리고 경건하게 기다렸음에도, 유튜브에 정식 번역된 1화가 올라온 순간 나는 실망을 금지 못했다. 시즌1과 다르게 시즌2에서는 3인칭으로 상황을 관전하는 느낌이 들었으며, 시즌1에서 전혀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인 ‘갑자기 건물이 무너진다는 상황’ 등은 앞과 뒤의 서사적 개연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건물을 무너뜨리고 모루카를 문제 차로 만든 후 재판에서 면허가 빼앗기는 상황은 제작된 운전학원 세트를 억지로 써먹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었고, 기존 시즌1에서 보여준 여유로운 전개와는 상반되게 억지로 5분의 이야기를 2분 40초에 꿰맞춘 느낌이었다. 시즌1에서 2분 40초의 러닝타임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수의 사람에게 모루카의 따뜻함을 쉽게 전달한다는 장점으로 작용하였었다. 하지만 2기에서의 러닝타임은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시즌 1에서도 모루카의 다소 당황스러운 사건 사고는 완결로 이어지는 완성도를 높이는 재료로 자주 사용되었다는 점을 되새기고 다음 2화에 기대를 걸며 또 일주일을 기다렸다.
2화: 하얀 도색 모루카의 역습, 그냥 저희는 모루카가 좋을 뿐이에요.
2화가 시작되었다. 오프닝 영상 다음 하늘의 장면 그리고 보이는 드라이빙 스쿨 간판. 모루카들이 운전학원의 당근밭에서 당근을 먹는 모습까지 모든 것은 완벽했다. 문제는 41초.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일명 호랑이 교관. <뿌이뿌이 모루카 드라이빙 스쿨>의 초점은 ‘뿌이뿌이 모루카’가 아닌 ‘드라이빙 스쿨’이었다.
만약 시즌1을 시청했다면 시즌2에서 모루카와 모루카 차주에 대한 서사의 변화가 궁금할 것이다. 다양한 종의 모루카들과 더불어 개성이 강한 차주들은 각자마다 모루카에 가진 애정이 남달랐다. 예를 들어 시즌1의 2화 ‘은행 강도를 잡아라!’에서 주인공인 ‘시로모’는 주인을 기다리다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다. 이때 표현된 기니피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변화와 행동은 인기를 끌며 일종의 밈이 되었고, 일약 시로모의 인기몰이가 시작되었다. 이때 보여준 차주의 시로모에 대한 사랑은 도둑이 된 시로모에 비해 분량은 적었지만, 신선한 양배추가 준비되어 있다는 잠에서 시로모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른 모루카 ‘테디’는 아무거나 다 주워 먹는 모습과, 테디 주인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통해 유쾌함을 자아낸다. 이처럼 시즌1에서는 모루카를 중심축으로 주인과 작지만 감정이 확실히 보이는 장면으로 많은 애청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2는 달랐다. 대체 호랑이교관이 누군데. 왜 중요한데...
후에 차주와 모루카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2분 40초 내에 차주에 대한 이야기, 모루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계속해서 전개되는 드라이빙 스쿨이라는 주제를 다 중요하게 담다 보니 계속해서 갑작스럽게 끝난 에피소드들이 여럿 이어졌다. 시즌1 모루카의 애청자로서 갑작스러운 드라이빙 스쿨과 인간들의 이야기가 중시되며 모루카의 분량이 적어짐에 따라 나의 실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감독의 변화
시즌1의 감독 미사토 토모기가 감독직을 물러난 후, <뿌이뿌이 모루카>의 감독은 오노 하나로 교체되었다. 오노 한나는 미사토 토모기와 달리 기니피그를 키우지 않아서일까? 시즌1에서 보여준 기니피그의 행동 변화는 시즌2에 들어오며 섬세하지 못하고 둔해졌다. 시도때도 없이 보이는 기니피그의 놀람, 단일하고 평면적으로 보이는 모루카의 성격 등은 모루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모루카의 놀람 표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제작 행태는 그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시즌1의 2화 ‘은행 강도를 잡아라!’에서 시로모의 놀람 표정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 왜 신비주의를 유지하는지 아는가? 잘생긴 사람이 자기 잘난 것을 알고 행동하면 재수 없기 때문이다. 대놓고 잘난 척을 하면 희귀성이 떨어진다. 이는 모루카에게도 해당한다. 귀여움을 남발하자 귀여움은 둔해지고, 평화로울 뿌이뿌이 모루카 나라에서 놀람 감정이 계속되는 건 평화로움에 맞지 않는 감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 2화 은행 강도를 잡아라!, 시로모의 놀람
드라이빙 스쿨이라며.
4화: 운전학원에서 VR게임을 하는 모루카
6화: 운전학원에서 열리는 운동회
7화: 해저 특훈
9화: 달에서 특훈
… 큰 인기를 얻은 시즌1은 시즌2를 위한 많은 투자를 얻었다. 12화로 이루어진 시즌2는 운전학원 세트 외에도 3개의 배경 세트를 제작하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루카와 차주의 이야기, 호랑이 교관 이야기, 각종 세트 이벤트, 모루카의 개인 이야기 2~3개. 대체 이 많은걸 38분에 어떻게 다 다루냐는 말인가? 운전학원인지 아니면 모루카 유치원인지… 방향성을 잃어가는 시즌2였다.
그래서 시즌2의 좋은 에피소드는 없는건가요?
어떻게 보면 시즌2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모루카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르며, 다소 일관되어 보이진 않지만 10화의 유기 기니피그에 대한 에피소드, 사고를 쳤지만 계속해서 사랑을 주는 차주와 모루카들을 반기는 호랑이 교관을 보며 무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연출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스토리 상의 문제는 없다.
인간과 모루카가 균형을 이루며 따뜻하게 그려진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5화: 러브레터는 엉덩이에서>를 꼽을 수 있다. 에피소드의 내용은 한 사내가 운전학원에 일하는 조수를 짝사랑하여 연애편지를 작성했고, 연애편지를 전달할 마음은 없었지만, 운전학원 우체부 모루카의 우체부 수업에서 실수로 연애편지가 실습용으로 쓰이며 편지는 조수에게 전해지고 마는데 알고 보니 조수도 사내를 짝사랑 하고 있어, 사내에게 자신도 연애편지를 작성했다는 모습을 밝히며 사내는 고백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 중 우체부 모루카의 편지 전달 방식에서 웃긴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모루카가 편지를 먹고 이를 배설하여 전달한다는 점이다. 또, 배설된 편지는 처음에는 바나나 똥 모습이지만 편지가 온전히 펼쳐져야만 이를 완료된 배달로 친다. 유쾌한 이 설정은 기니피그의 배설이 잦다는 특징을 이용한 에피소드로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덧붙여, <뿌이뿌이 모루카>의 제작진 인터뷰 중, 그들은 기니피그를 자동차에 빗대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난폭운전이 사회문제로 커지는 와중 차가 만약 기니피그라면, 정체 중이더라도 엉덩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답한 적이 있다. 기니피그의 엉덩이는 여유를 준다. 여유는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 시간은 긍정적으로 변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힘을 만든다. 기니피그의 엉덩이, 모루카의 엉덩이가 가진 힘으로 우체부 모루카는 편지를 전달한다. 엉덩이라는 다소 유쾌한 신체 부위는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러브레터로 모루카가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사랑의 따뜻한 여유의 결과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끝으로…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은 시즌1과 달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아무래도 많은 설정에 아동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모루카에 집중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는 어른층의 사랑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의 변화에 원 감독인 미사토 토모키의 기니피그 ‘츠무기’의 별세라는 이슈가 더해져 모루카 3기는 세상에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일본 내에서도 굿즈가 예전에 비해 수요가 떨어져 3기의 제작비를 얻기도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모루카에 대한 4컷 만화는 연재 중이다. 또 종종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되고 있기에 완전히 끝으로 볼 순 없다. 뿌이뿌이 모루카 힘내라!
^ 츠무기
뿌이뿌이 모루카는…
[짧은 설명]
기니피그가 자동차로 진화한 ‘모루카’, 털이 보송보송한 모루카들은 인간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다소 위험하기도 하지만 늘 사랑만 가득하다. 라는 내용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긴 설명]
기니피그가 자동차로 진화한 ‘모루카’는 여러 개성 넘치는 인간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곤 한다. 기니피그에 여러 종이 있는 것처럼 모루카 또한 아메리칸*, 테디**, 페루시안***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애니메이션 내에서 모루카는 양모펠트로 제작되어 표현되고 사람들은 소형 미니어처로 묘사되며, 나아가 실사 이미지가 사용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제작 방법이 사용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흔히 볼 수 있는 기니피그 종으로 털이 단정하고 짧은 것이 매력적이다. 반듯하고 3cm 정도로 털이 이루어져 있다.
**털이 짧고 위로 서 있는 털을 가지고 있지만 곱슬곱슬하고 부드럽게 서 있다.
***털이 제일 긴 종으로 여러 장모종의 시초이기도 하다. 1800년경 파리에서 알려졌으며 엉덩이와 머리 부분에 가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페루시안을 키우는 인간들은 머리를 묶어주기도 한다.
<뿌이뿌이 모루카(2021)>의 1부 감독인 미사토 토모키(見里朝希)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조형학부 시각전달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동경 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그는 2018년에 <많이 작은 염소(2018)>로 파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PIFFF) 등 일본 국내외에서 여러 호평을 받으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많이 작은 염소>는 부모의 과잉보호적 관계 집착이라는 주제의식을 스톱모션(퍼펫)을 통해 섬세한 감정 표현에까지 이끌어낸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그래서인지 밝은 내용의 <뿌이뿌이 모루카(2021)>에서도 차주와 모루카의 상호작용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뿌이뿌이 모루카>
2021년 신에이 애니메이션(シンエイ動 株式 社)에서 아침 7시에 방영되는 아동 대상 단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발표되었다. 이름은 뿌이뿌이 모루카(PUI PUI モルカー). 기니피그를 일본어로 모루모토(モルモット)라고 부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빵빵 기니 자동차’인 셈이다. 방영 후 일본 내에선 인기가 커져 일본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에서도 언급되는 등 뿌이뿌이 모루카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대사 없이 기니피그의 소리와 배경음악으로만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징은 해외 수출에 용이하게 작용했고, 2021년 12월에는 한국의 ‘애니 원’ 채널에서도 방영을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에서 한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이 서사를 가지고 움직이는 등 감독은 첫 데뷔작이지만 그가 학생 시절부터 보여줬던 섬세한 연출을 모루카에서도 보여주었고, 더불어 실제로 미사토 감독은 기니피그 ‘츠무기*’를 키우며 기니피그를 키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섬세한 기니피그의 감정 행동들을 고스란히 애니메이션에 녹여냈다. 강아지, 고양이와 달리 기니피그라는 다소 생소한 동물을 키우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제작된 아동 대상 단편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결국 인기에 힘입어 2022년 5월 31일 새로운 시리즈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 모루카 시즌2가 제작 결정되었다.
^ 뿌이뿌이 모루카(2021)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
후속 제작된 뿌이뿌이 모루카 시즌 2는 사고를 친 모루카들이 운전학원으로 끌려간 후 운전학원에서의 일화라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시즌1, 시즌2 모두 옴니버스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운전학원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스토리를 다루기에 에피소드 형식을 보여주곤 한다. 시즌1에서 감독을 맡았던 미사토 토모기는 슈퍼바이저 제작 참여로 감독직을 물러나고, 시즌2는 오노 하나(小野ハナ) 감독으로 교체되었다. 분량은 시즌1과 동일하게 12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작과 다른 점이라면 등장인물로 운전학원의 호랑이 교관, 조수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2분 40초가 이렇게 짧았나?
모루카의 애청자로서 모루카에는 아무 대사가 없지만 배경에 등장하는 간판 같은 글이 들어간 것에는 한글 더빙이 필요했기에 나는 기대를 품고 배급을 담당한 에스엠지홀딩스가 빨리 번역을 해줄 것을 기다렸다. VPN 우회를 하여 볼 수 있는 방법의 커다란 유혹을 저버리고 경건하게 기다렸음에도, 유튜브에 정식 번역된 1화가 올라온 순간 나는 실망을 금지 못했다. 시즌1과 다르게 시즌2에서는 3인칭으로 상황을 관전하는 느낌이 들었으며, 시즌1에서 전혀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인 ‘갑자기 건물이 무너진다는 상황’ 등은 앞과 뒤의 서사적 개연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건물을 무너뜨리고 모루카를 문제 차로 만든 후 재판에서 면허가 빼앗기는 상황은 제작된 운전학원 세트를 억지로 써먹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었고, 기존 시즌1에서 보여준 여유로운 전개와는 상반되게 억지로 5분의 이야기를 2분 40초에 꿰맞춘 느낌이었다. 시즌1에서 2분 40초의 러닝타임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수의 사람에게 모루카의 따뜻함을 쉽게 전달한다는 장점으로 작용하였었다. 하지만 2기에서의 러닝타임은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시즌 1에서도 모루카의 다소 당황스러운 사건 사고는 완결로 이어지는 완성도를 높이는 재료로 자주 사용되었다는 점을 되새기고 다음 2화에 기대를 걸며 또 일주일을 기다렸다.
2화: 하얀 도색 모루카의 역습, 그냥 저희는 모루카가 좋을 뿐이에요.
2화가 시작되었다. 오프닝 영상 다음 하늘의 장면 그리고 보이는 드라이빙 스쿨 간판. 모루카들이 운전학원의 당근밭에서 당근을 먹는 모습까지 모든 것은 완벽했다. 문제는 41초.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일명 호랑이 교관. <뿌이뿌이 모루카 드라이빙 스쿨>의 초점은 ‘뿌이뿌이 모루카’가 아닌 ‘드라이빙 스쿨’이었다.
만약 시즌1을 시청했다면 시즌2에서 모루카와 모루카 차주에 대한 서사의 변화가 궁금할 것이다. 다양한 종의 모루카들과 더불어 개성이 강한 차주들은 각자마다 모루카에 가진 애정이 남달랐다. 예를 들어 시즌1의 2화 ‘은행 강도를 잡아라!’에서 주인공인 ‘시로모’는 주인을 기다리다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다. 이때 표현된 기니피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변화와 행동은 인기를 끌며 일종의 밈이 되었고, 일약 시로모의 인기몰이가 시작되었다. 이때 보여준 차주의 시로모에 대한 사랑은 도둑이 된 시로모에 비해 분량은 적었지만, 신선한 양배추가 준비되어 있다는 잠에서 시로모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른 모루카 ‘테디’는 아무거나 다 주워 먹는 모습과, 테디 주인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통해 유쾌함을 자아낸다. 이처럼 시즌1에서는 모루카를 중심축으로 주인과 작지만 감정이 확실히 보이는 장면으로 많은 애청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2는 달랐다. 대체 호랑이교관이 누군데. 왜 중요한데...
후에 차주와 모루카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2분 40초 내에 차주에 대한 이야기, 모루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계속해서 전개되는 드라이빙 스쿨이라는 주제를 다 중요하게 담다 보니 계속해서 갑작스럽게 끝난 에피소드들이 여럿 이어졌다. 시즌1 모루카의 애청자로서 갑작스러운 드라이빙 스쿨과 인간들의 이야기가 중시되며 모루카의 분량이 적어짐에 따라 나의 실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감독의 변화
시즌1의 감독 미사토 토모기가 감독직을 물러난 후, <뿌이뿌이 모루카>의 감독은 오노 하나로 교체되었다. 오노 한나는 미사토 토모기와 달리 기니피그를 키우지 않아서일까? 시즌1에서 보여준 기니피그의 행동 변화는 시즌2에 들어오며 섬세하지 못하고 둔해졌다. 시도때도 없이 보이는 기니피그의 놀람, 단일하고 평면적으로 보이는 모루카의 성격 등은 모루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모루카의 놀람 표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제작 행태는 그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시즌1의 2화 ‘은행 강도를 잡아라!’에서 시로모의 놀람 표정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 왜 신비주의를 유지하는지 아는가? 잘생긴 사람이 자기 잘난 것을 알고 행동하면 재수 없기 때문이다. 대놓고 잘난 척을 하면 희귀성이 떨어진다. 이는 모루카에게도 해당한다. 귀여움을 남발하자 귀여움은 둔해지고, 평화로울 뿌이뿌이 모루카 나라에서 놀람 감정이 계속되는 건 평화로움에 맞지 않는 감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드라이빙 스쿨이라며.
4화: 운전학원에서 VR게임을 하는 모루카
6화: 운전학원에서 열리는 운동회
7화: 해저 특훈
9화: 달에서 특훈
… 큰 인기를 얻은 시즌1은 시즌2를 위한 많은 투자를 얻었다. 12화로 이루어진 시즌2는 운전학원 세트 외에도 3개의 배경 세트를 제작하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루카와 차주의 이야기, 호랑이 교관 이야기, 각종 세트 이벤트, 모루카의 개인 이야기 2~3개. 대체 이 많은걸 38분에 어떻게 다 다루냐는 말인가? 운전학원인지 아니면 모루카 유치원인지… 방향성을 잃어가는 시즌2였다.
그래서 시즌2의 좋은 에피소드는 없는건가요?
어떻게 보면 시즌2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모루카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르며, 다소 일관되어 보이진 않지만 10화의 유기 기니피그에 대한 에피소드, 사고를 쳤지만 계속해서 사랑을 주는 차주와 모루카들을 반기는 호랑이 교관을 보며 무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연출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스토리 상의 문제는 없다.
인간과 모루카가 균형을 이루며 따뜻하게 그려진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5화: 러브레터는 엉덩이에서>를 꼽을 수 있다. 에피소드의 내용은 한 사내가 운전학원에 일하는 조수를 짝사랑하여 연애편지를 작성했고, 연애편지를 전달할 마음은 없었지만, 운전학원 우체부 모루카의 우체부 수업에서 실수로 연애편지가 실습용으로 쓰이며 편지는 조수에게 전해지고 마는데 알고 보니 조수도 사내를 짝사랑 하고 있어, 사내에게 자신도 연애편지를 작성했다는 모습을 밝히며 사내는 고백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 중 우체부 모루카의 편지 전달 방식에서 웃긴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모루카가 편지를 먹고 이를 배설하여 전달한다는 점이다. 또, 배설된 편지는 처음에는 바나나 똥 모습이지만 편지가 온전히 펼쳐져야만 이를 완료된 배달로 친다. 유쾌한 이 설정은 기니피그의 배설이 잦다는 특징을 이용한 에피소드로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덧붙여, <뿌이뿌이 모루카>의 제작진 인터뷰 중, 그들은 기니피그를 자동차에 빗대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난폭운전이 사회문제로 커지는 와중 차가 만약 기니피그라면, 정체 중이더라도 엉덩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답한 적이 있다. 기니피그의 엉덩이는 여유를 준다. 여유는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 시간은 긍정적으로 변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힘을 만든다. 기니피그의 엉덩이, 모루카의 엉덩이가 가진 힘으로 우체부 모루카는 편지를 전달한다. 엉덩이라는 다소 유쾌한 신체 부위는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러브레터로 모루카가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사랑의 따뜻한 여유의 결과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끝으로…
<뿌이뿌이 모루카 Driving School (2022)>은 시즌1과 달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아무래도 많은 설정에 아동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모루카에 집중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는 어른층의 사랑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의 변화에 원 감독인 미사토 토모키의 기니피그 ‘츠무기’의 별세라는 이슈가 더해져 모루카 3기는 세상에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일본 내에서도 굿즈가 예전에 비해 수요가 떨어져 3기의 제작비를 얻기도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모루카에 대한 4컷 만화는 연재 중이다. 또 종종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되고 있기에 완전히 끝으로 볼 순 없다. 뿌이뿌이 모루카 힘내라!
^ 츠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