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름팀 발제 : 지아 장 커 - <천주정>
WEBZINE
WEDITOR 고민재
발제 일자: 4.18
발제 영화: 지아 장 커 감독의 <천주정(2013)>
참석 인원: MJ, EB, DE, CY, HJ, HK, SJ
MJ: 보통 중국 영화 감독들은 세대로 구분해서 정의하는 것 같아요. 오늘 가져온 지아 장 커는 대표적으로 6세대 감독으로 묶이곤 하는데…
EB: 6세대에 장위엔, 왕샤오솨이, 관후 등등 계신다고 하네요
MJ: 네 그래서 세대로 구분 짓기도 하는데 세대 간에 공통적인 특징 같은 게 조금 있긴 하거든요. 6세대의 영화는 보통 중국 내의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려고 하는 경향을 보여요. 근데 이 영화는 좀 안 그런 것 같지 않나요?
SJ: 스타일은 그렇죠. 할리우드 같아요
MJ: 아니 저는 왜 사실적이지 않다고 느꼈냐면, 이 사람이 중국 현실 내에 있는 자본화 과정에서의 폭력적인 면을 담으려고 했다고 느껴지는데 그 폭력이 너무 극적이고 미적이어서… 실제로는 저렇게 쏴 죽일 수 없잖아요.
EB: 영화가 14명을 죽였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MJ: 실화를 바탕으로 하긴 했는데, 찾아보니 실화 내용을 그대로 담은 건 아니고 조금 각색을 해서 과장되게 담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폭력이 보여지는 지점들 때문에 영화의 방식들이 적절했는가? 라는 지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어요. 오히려 불편했던 것 같아요. 다들 이 폭력을 어떻게 보셨나요?
HJ: 어떤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부조리를 겪고 그것에 대한 앙금이 폭발하는 방식으로 폭력이 구현되는데, 저는 거기에 명확한 동기와 공감 가는 동기가 있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느낀 것 같고요. 속 시원했는데?
MJ: 왜 이런 문제점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면 주인공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정보는 되게 뚜렷하게 잘 나타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주인공한테 실질적인 폭력이든지 아니면 이렇게 구조적으로 느껴지는 폭력 같은 것, 그러니까 압박이 될 수도 있겠고, 그런 게 잘 느껴지긴 했는데 그 인물의 내면이 저는 정보가 영화 내에서 너무 없었다고 생각했거든요.
4개의 에피소드 중, 특히 두 번째하고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두 번째에서는 내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왜 이 사람이 강도질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네 번째에서도 갑자기 자살을 하는 게 좀 당황스럽잖아요. 왜 주인공이 그런 행동을 택하는지, 택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자살이 쉬운 선택은 아니니까.
HK: 약간 이해가 될 것 같은 게, 영화가 담고 있는 실제 이야기도 아까 말해준 것처럼 굉장히 극적이고 그것을 담아내는 연출도 극단적이잖아요. 그래서 서사랑 메시지, 즉 메시지가 굉장히 확실한 영화인데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이 너무 극단적인 각본과 극단적인 연출이 부딪혀서 마찰만 일으키는 느낌이에요.
SJ: 저도 불편해진 지점이 있긴 했는데 그게 극단적이라고 저는 느끼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중국의 실제 상황이 극단적이니까. 중국은 지금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연출이 그렇게 극적인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2번째 에피소드에서 돈을 정확히 3등분 해주자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했는데, 사실 그게 절대 이상적으로 굴러가지 않고 강도질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어려울 정도인, 즉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 공산 사회를 그리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게 특별히 과장됐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EB: 지금 들어보니까 불편함이라는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이 영화를 ‘중국 영화’라고 생각하고, 감독이 이미 의도적으로 영화에 정치성을 넣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 스타일을 쓰려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충족되는 서사가 있어야 하거든요. 가령 어머니와의 갈등, 거기서 오는 눈물 등등. 그런데 이 영화는 스타일에 비해 서사적인 면이 충족이 안되어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고. 저도 지아 장 커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원래 리얼리즘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래요. 굳이 이런 형식을 썼다는 것은 이런 일들이 영화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중국 안에서는 이게 리얼리즘이다, 저는 이 정도 의도로 생각을 했거든요.
MJ: 내가 중국인은 아니고 그들을 대변할 생각도 없지만, 중국인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싶었어. 과연 어떤 감정이 들 것인가
EB: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대중들을 겨냥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감독이 나름의 거장 취급을 받는 상태에서, 본인의 타겟관객이 주말에 여가생활로서 영화 보러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해외에서 정치적으로 중국에 대해 민감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MJ: 맞아. 근데 나도 의문이 들어서 계속 봤는데, 결국 이 감독은 본인의 영화를 중국인들이 계속 봐줬으면 하는 것 같아.
SJ: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죽는 장면 있잖아요. 저는 그걸 이상하다고 까지 느끼지는 않았는데, 어떤 한 개인에 대해 전체 세대를 묶는 대표성을 부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끼기는 했어요. 그래서 그 남자도 중국의 사회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결국 개인은 극단적 상황에 이를 수 밖에 없다,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천주정(天注定)인 것 아닐까요? ‘하늘로부터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
HJ: 그런데, 그런 극적인 연출은 영화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요? 어떤 극적인 연출을 했다고 해서 그 폭력성에 설득력이 없다, 라고 하는 점이 동의되진 않아요.
HK: 영화가 더군다나 무협의 색채를 띄는 영화인데 지금 폭력이라는 단어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도 굉장히 행동에만 집중된 영화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봤을 때 행동 외의 것은 약간 배제한 듯 싶을 정도로 폭력의 행위에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영화같아서 그게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왜 이렇게 이걸 부각시킬까? 마지막 에피소드는 모르겠지만 앞에는 좀 구조가 카타르시스가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주인공이 짜증 나서 존 윅처럼 갑자기 다 죽이는 걸로 일정의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안고 끝나잖아요. 그렇죠 세 번째로 그걸 생각해 봤을 때는 좀 묘하긴 하죠.
CY: 저도 장르 영화 같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이 난 건데, 사실 이 감독이 뭘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MJ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알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처음 봤을 때는 영화 배경도 1편이 되게 이국적이기도 해서 아포칼립스 혹은 서부극 같다, 하면서 재밌게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폭력의 발현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는데 사실 뭔가 그 후에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 의도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좀 의아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폭력이 말끔하게 해소되고 끝나버리는 영화같아서… 그 후에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지 약간 이랬던 것 같아요.
EB: 이 사람은 의도가 단순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본인이 정말 화났다, 그냥 화나서 이렇게 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자체가 의도인 것 같아요. 이걸 미화시킬 생각도 없고, 무협 장르의 스타일을 차용을 했다 정도.
그러니까 옛날 중국에 어떤 무협 영화가 존재했고 그걸 따라 무협 스타일을 만들고 그 다음에 이 무협을 막 현대적인 형식으로 도입을 한 것 같아요. 예술 영화중에 이런 영화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이러한 무협장르의 차용을 하다 말았어요. 그러니까 형식까지는 아니고 스타일적으로 그냥 무협 장르랑 비슷하다정도이지 하위를 가질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의도가 단순하고 스타일을 사용했다는 점이 그냥 이게 중국에선 그냥 이게 리얼리즘이다정도로 봤어요.
EB: 섬세하게 따지자면, 이 영화가 할리우드 식이라고 해서 할리우드와 같지는 않죠. 장소도 다르고 여타 다른 부분들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할리우드에서는 이렇게까지 폭력성을 노출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할리우드는 폭력성을 딱 유희로만 가지고 놀 정도로 보여주기 때문에 특정 불쾌감이 나올 수준 직전에끊어요. 그 다음에 사람이 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총을 쏘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이런 게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에피소드 1에서 총을 쏘고 그 다음에 사람이 넘어져야 맞는데 피를 먼저 중간에 넣고 사람이 그 다음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 문법에서는 어긋난 거거든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행동이랑은 다른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그냥 피를 과장되게 보여주고 화났다라는 것을 전달한 것 같아요. 저는 이 정도로 그냥 되게 단순하게 봤어요.
HK: 맞아요. 저도 보면서 흥미로웠던게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식은 너무 극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움직이는데 반해 폭력이란 행위는 드라마를 위해 사용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게 저도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생각 중이긴 해요.
CY: 저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니까, 앞의 세 에피소드에서 너무도 극적으로 사용된 폭력과 어떤 장르적인 스타일이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갑자기 팍 꺾여버리잖아요. 그래서 세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마지막 얘기에서는 분명히 주인공에게도 폭력을 휘두를 기회가 주어지잖아요. 칼도 잡고 싸우는 상황도 연출되고 하는데, 폭력성이 밖으로 가지 못하고 인물 안에서 터지거든요. 어떤 장르나 극적인 폭력을 약간 서민들의 저항 수단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장르로 완성되지 못한 비극적인 세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HJ: 그리고 아젠다(agenda) 세팅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제대로 면밀히 봐야 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떻게 보면 많은 거를 바라는 것아닌가 싶기도 해요. 진짜 상황이 극단적인 만큼 일단 아젠다를 테이블로 끌고 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이야기가 다소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EB: 저도 아젠다 세팅이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영화를 그렇게 대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미학화나 도덕성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이걸 중국 영화로 대해야지, 왜냐하면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였으면 우리가 갑자기 자살을 하는 상황을 실존주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런데 이건 중국 영화니까 우리는 이 사람이 지금 사회 때문에 자살을 했다고 이해하게 되잖아요.
이 사람들의 내면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면 자국의 내면 영화들이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 내면 영화가 있었던 나라들의 무언가들이 들어와야 되고 그래야 하는데 이 나라엔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그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기에는 개인이 소거된 나라고…
그 전 마지막 장면이 꽤 좋았거든요. 사실 왜 좋았냐면 중국 미술들 보면 아직도 리얼리즘 쪽으로 그리는 그림들 많아요. 근데 그게 아직도 통하는 거는 그렇게 해도 그게 통하는 나라니까. 옛날에 그 리얼리즘 네오리얼리즘 나왔을 때 그 상황이 그랬는데 통했던 것처럼… 그래서 저는 그 마지막 쇼트가 꽤 인상적이었어요.
발제 영화: 지아 장 커 감독의 <천주정(2013)>
참석 인원: MJ, EB, DE, CY, HJ, HK, SJ
MJ: 보통 중국 영화 감독들은 세대로 구분해서 정의하는 것 같아요. 오늘 가져온 지아 장 커는 대표적으로 6세대 감독으로 묶이곤 하는데…
EB: 6세대에 장위엔, 왕샤오솨이, 관후 등등 계신다고 하네요
MJ: 네 그래서 세대로 구분 짓기도 하는데 세대 간에 공통적인 특징 같은 게 조금 있긴 하거든요. 6세대의 영화는 보통 중국 내의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려고 하는 경향을 보여요. 근데 이 영화는 좀 안 그런 것 같지 않나요?
SJ: 스타일은 그렇죠. 할리우드 같아요
MJ: 아니 저는 왜 사실적이지 않다고 느꼈냐면, 이 사람이 중국 현실 내에 있는 자본화 과정에서의 폭력적인 면을 담으려고 했다고 느껴지는데 그 폭력이 너무 극적이고 미적이어서… 실제로는 저렇게 쏴 죽일 수 없잖아요.
EB: 영화가 14명을 죽였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MJ: 실화를 바탕으로 하긴 했는데, 찾아보니 실화 내용을 그대로 담은 건 아니고 조금 각색을 해서 과장되게 담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폭력이 보여지는 지점들 때문에 영화의 방식들이 적절했는가? 라는 지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어요. 오히려 불편했던 것 같아요. 다들 이 폭력을 어떻게 보셨나요?
HJ: 어떤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부조리를 겪고 그것에 대한 앙금이 폭발하는 방식으로 폭력이 구현되는데, 저는 거기에 명확한 동기와 공감 가는 동기가 있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느낀 것 같고요. 속 시원했는데?
MJ: 왜 이런 문제점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면 주인공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정보는 되게 뚜렷하게 잘 나타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주인공한테 실질적인 폭력이든지 아니면 이렇게 구조적으로 느껴지는 폭력 같은 것, 그러니까 압박이 될 수도 있겠고, 그런 게 잘 느껴지긴 했는데 그 인물의 내면이 저는 정보가 영화 내에서 너무 없었다고 생각했거든요.
4개의 에피소드 중, 특히 두 번째하고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두 번째에서는 내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왜 이 사람이 강도질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네 번째에서도 갑자기 자살을 하는 게 좀 당황스럽잖아요. 왜 주인공이 그런 행동을 택하는지, 택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자살이 쉬운 선택은 아니니까.
HK: 약간 이해가 될 것 같은 게, 영화가 담고 있는 실제 이야기도 아까 말해준 것처럼 굉장히 극적이고 그것을 담아내는 연출도 극단적이잖아요. 그래서 서사랑 메시지, 즉 메시지가 굉장히 확실한 영화인데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이 너무 극단적인 각본과 극단적인 연출이 부딪혀서 마찰만 일으키는 느낌이에요.
SJ: 저도 불편해진 지점이 있긴 했는데 그게 극단적이라고 저는 느끼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중국의 실제 상황이 극단적이니까. 중국은 지금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 연출이 그렇게 극적인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2번째 에피소드에서 돈을 정확히 3등분 해주자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했는데, 사실 그게 절대 이상적으로 굴러가지 않고 강도질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어려울 정도인, 즉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 공산 사회를 그리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게 특별히 과장됐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EB: 지금 들어보니까 불편함이라는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이 영화를 ‘중국 영화’라고 생각하고, 감독이 이미 의도적으로 영화에 정치성을 넣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 스타일을 쓰려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충족되는 서사가 있어야 하거든요. 가령 어머니와의 갈등, 거기서 오는 눈물 등등. 그런데 이 영화는 스타일에 비해 서사적인 면이 충족이 안되어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고. 저도 지아 장 커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원래 리얼리즘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래요. 굳이 이런 형식을 썼다는 것은 이런 일들이 영화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중국 안에서는 이게 리얼리즘이다, 저는 이 정도 의도로 생각을 했거든요.
MJ: 내가 중국인은 아니고 그들을 대변할 생각도 없지만, 중국인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싶었어. 과연 어떤 감정이 들 것인가
EB: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대중들을 겨냥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감독이 나름의 거장 취급을 받는 상태에서, 본인의 타겟관객이 주말에 여가생활로서 영화 보러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해외에서 정치적으로 중국에 대해 민감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MJ: 맞아. 근데 나도 의문이 들어서 계속 봤는데, 결국 이 감독은 본인의 영화를 중국인들이 계속 봐줬으면 하는 것 같아.
SJ: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죽는 장면 있잖아요. 저는 그걸 이상하다고 까지 느끼지는 않았는데, 어떤 한 개인에 대해 전체 세대를 묶는 대표성을 부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끼기는 했어요. 그래서 그 남자도 중국의 사회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결국 개인은 극단적 상황에 이를 수 밖에 없다,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천주정(天注定)인 것 아닐까요? ‘하늘로부터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
HJ: 그런데, 그런 극적인 연출은 영화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요? 어떤 극적인 연출을 했다고 해서 그 폭력성에 설득력이 없다, 라고 하는 점이 동의되진 않아요.
HK: 영화가 더군다나 무협의 색채를 띄는 영화인데 지금 폭력이라는 단어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도 굉장히 행동에만 집중된 영화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봤을 때 행동 외의 것은 약간 배제한 듯 싶을 정도로 폭력의 행위에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영화같아서 그게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왜 이렇게 이걸 부각시킬까? 마지막 에피소드는 모르겠지만 앞에는 좀 구조가 카타르시스가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주인공이 짜증 나서 존 윅처럼 갑자기 다 죽이는 걸로 일정의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안고 끝나잖아요. 그렇죠 세 번째로 그걸 생각해 봤을 때는 좀 묘하긴 하죠.
CY: 저도 장르 영화 같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이 난 건데, 사실 이 감독이 뭘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MJ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알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처음 봤을 때는 영화 배경도 1편이 되게 이국적이기도 해서 아포칼립스 혹은 서부극 같다, 하면서 재밌게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폭력의 발현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는데 사실 뭔가 그 후에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 의도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좀 의아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폭력이 말끔하게 해소되고 끝나버리는 영화같아서… 그 후에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지 약간 이랬던 것 같아요.
EB: 이 사람은 의도가 단순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본인이 정말 화났다, 그냥 화나서 이렇게 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자체가 의도인 것 같아요. 이걸 미화시킬 생각도 없고, 무협 장르의 스타일을 차용을 했다 정도.
그러니까 옛날 중국에 어떤 무협 영화가 존재했고 그걸 따라 무협 스타일을 만들고 그 다음에 이 무협을 막 현대적인 형식으로 도입을 한 것 같아요. 예술 영화중에 이런 영화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이러한 무협장르의 차용을 하다 말았어요. 그러니까 형식까지는 아니고 스타일적으로 그냥 무협 장르랑 비슷하다정도이지 하위를 가질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의도가 단순하고 스타일을 사용했다는 점이 그냥 이게 중국에선 그냥 이게 리얼리즘이다정도로 봤어요.
EB: 섬세하게 따지자면, 이 영화가 할리우드 식이라고 해서 할리우드와 같지는 않죠. 장소도 다르고 여타 다른 부분들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할리우드에서는 이렇게까지 폭력성을 노출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할리우드는 폭력성을 딱 유희로만 가지고 놀 정도로 보여주기 때문에 특정 불쾌감이 나올 수준 직전에끊어요. 그 다음에 사람이 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총을 쏘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이런 게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에피소드 1에서 총을 쏘고 그 다음에 사람이 넘어져야 맞는데 피를 먼저 중간에 넣고 사람이 그 다음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 문법에서는 어긋난 거거든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행동이랑은 다른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그냥 피를 과장되게 보여주고 화났다라는 것을 전달한 것 같아요. 저는 이 정도로 그냥 되게 단순하게 봤어요.
HK: 맞아요. 저도 보면서 흥미로웠던게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식은 너무 극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움직이는데 반해 폭력이란 행위는 드라마를 위해 사용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게 저도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생각 중이긴 해요.
CY: 저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니까, 앞의 세 에피소드에서 너무도 극적으로 사용된 폭력과 어떤 장르적인 스타일이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갑자기 팍 꺾여버리잖아요. 그래서 세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마지막 얘기에서는 분명히 주인공에게도 폭력을 휘두를 기회가 주어지잖아요. 칼도 잡고 싸우는 상황도 연출되고 하는데, 폭력성이 밖으로 가지 못하고 인물 안에서 터지거든요. 어떤 장르나 극적인 폭력을 약간 서민들의 저항 수단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장르로 완성되지 못한 비극적인 세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HJ: 그리고 아젠다(agenda) 세팅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제대로 면밀히 봐야 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떻게 보면 많은 거를 바라는 것아닌가 싶기도 해요. 진짜 상황이 극단적인 만큼 일단 아젠다를 테이블로 끌고 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이야기가 다소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EB: 저도 아젠다 세팅이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영화를 그렇게 대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미학화나 도덕성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이걸 중국 영화로 대해야지, 왜냐하면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였으면 우리가 갑자기 자살을 하는 상황을 실존주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런데 이건 중국 영화니까 우리는 이 사람이 지금 사회 때문에 자살을 했다고 이해하게 되잖아요.
이 사람들의 내면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면 자국의 내면 영화들이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 내면 영화가 있었던 나라들의 무언가들이 들어와야 되고 그래야 하는데 이 나라엔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그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기에는 개인이 소거된 나라고…
그 전 마지막 장면이 꽤 좋았거든요. 사실 왜 좋았냐면 중국 미술들 보면 아직도 리얼리즘 쪽으로 그리는 그림들 많아요. 근데 그게 아직도 통하는 거는 그렇게 해도 그게 통하는 나라니까. 옛날에 그 리얼리즘 네오리얼리즘 나왔을 때 그 상황이 그랬는데 통했던 것처럼… 그래서 저는 그 마지막 쇼트가 꽤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