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이 다 다른 건 좋은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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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김민서

                                       

사람의 몸은 의복과 상호작용해 왔다. 서로 다른 형태, 서로 다른 질감, 서로 다른 색을 지녔다. 어떤 의복과 어떤 사람의 신체가 만나는지에 따라 자아내는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시각의 매력이 필자에게 패션에 대해 파고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 시점에서는 의복 자체보다는, 신체 구조 및 부위의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 주름 겹과 같은 섬세함을 찾아보는데 재미가 들렸다.

지금까지 의복 천 쪼가리를 보면서 예쁘거나 멋있다는 표현은 수없이 해왔지만 아름답다고는 느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름다움은 도대체 무엇일까? 일례로 여성의 신체 구조는 아름다움으로 직결되기 마련이었다. ‘여성 = 곡선’이 아름다움에 대한 일종의 공식으로 여겨져 해당 공식에 대입되어 나오는 값의 이미지로 가슴, 골반 및 허리가 떠오르게 되곤 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과정이 드러나는 조형성이 보일 때 시각적으로 매료되었다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천과 피부의 움직이는 경계선, 혹은 이를 떠올리게끔 하는 신체 요소가 나에게 아름답게 느껴지는가 보다. 이를 담아낸 것들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피에로Pierrot
시각 인류학을 토대로 신체를 촉각적으로 담아 인쇄 및 출간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 피에로Pierrot. 신체를 전체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특정 부위에 번갈아 중점을 두어 작업한다. 해변의 모래를 묻힌 허벅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가려진 한쪽 눈, 물방울 맺힌 복부 등 다양하게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위는 날개뼈와 척추뼈다. 피에로가 신체를 촉각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 작업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툭 튀어나온 날개뼈와 척추뼈는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보게 되는 요소다. 튀어나온 날개뼈와 척추뼈는 그만큼 말랐다는 것이기에 연약함을 부각시키지만, 동시에 시각적으로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보인다. 마치 아이작 셀람Issac Sellam의 봉제 라인과 등판에 붙는 얇고 날카로운 지퍼 라인을 연상시킨다.



트리스탄 홀링워스Tristan Hollingsworth
마찬가지로 신체에 대한 이미지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피에로의 경우 출간물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트리스탄 홀링워스Tristan hollingsworth는 좀 더 촬영 기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몸을 전체적으로 담아내려 하는 동시에 주변 지형지물의 분위기와 혼합시켜 잔상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작가의 촬영물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의복 및 천 활용을 곁들인 동작이 큰 신체 이미지이다. 풀숲에서 반 나체로 바지만 입고 팔을 좌우로 흔들어 뛰는 모습, 역광 상태에서 팔을 길게 뻗어 빛에 천을 비추어 실루엣을 보이는 모습은 일상에서 보기 힘든 의복 및 신체 움직임의 조형성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부터 그래픽 질감이 곁들여졌다. 천, 피부 그리고 트리스탄 홀링워스 셋이서 꼭 비밀공유 하는 것 같다.



헨릭 푸리엔Henrik Purienne
헨릭 푸리엔Henrik Purienne이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할 수 있으나 해당 작가의 작업물은 접하기 쉬운 위치에 많이 분포한다. 그만큼 이름 좀 날리는 촬영 작가다. 생 로랑Saint Laurent, 루이 비통Louis Vuitton,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é,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등의 브랜드에서 광고 캠페인을 위한 촬영 작업을 이어왔으며, 그 밖에도 인터뷰Interview magazine, 플레이보이Playboy, 보그Vogue등에서 수많은 사람의 신체를 렌즈에 본인의 시각을 투영시켜 작업을 해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생 로랑 화보 중 팔다리를 펼쳐 큰 동작을 보이는 촬영물이다.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아래, 고대 이집트 및 로마의 조형 설치 예술 단체인 갈레리 체넬Galerie Chenel에서 세팅한 설치 공간 안에서 촬영되었다. 약 160도 정도로 휘어진 팔과 이에 지탱되어 주름 잡힌 천, 빛이 반사되어 천 속 신체의 실루엣에 그림자가 겹쳐진 모습에 흑백 필터가 씌워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자아낸다. 수많은 천의 주름, 헝클어진 머리, 갈레리 체넬의 설치 공간이 가지는 조형성 등을 고려해 보면, 하나의 이미지 속에 들어가는 시각 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이를 흑백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해당 요소들이 섞여 부드럽게 일그러진다. 근래에 들어 화보 촬영물에 대개 쨍한 색들이 많이 들어가는데, 해당 사진도 이와 같았다면 오히려 불협화음이 심했을 거 같다. 그만큼 헨릭 푸리엔이 사람의 신체, 주변 사물의 특성과 질감을 조형적으로 잘 해석하여 표현해 내는 것 같다.

신체 위 탈의 혹은 피부 겹의 움직임이 더해질 때 나오는 아름다움은,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CORPO’ 가구 컬렉션 중 패브릭 및 가죽 소재의 탈부착 스탠드 조명이 가지는 심미성과 닮아 있다. 해체주의적이면서 각자 가지는 특징이 겹쳐져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디자인 안에는 여러 카테고리가 존재하며 각각 가지는 개념이 다르나, 아름다움을 주 개념으로 여기는 디자인에서 신체 구조의 조형성이 크게 반영되는 것 같다.

어떠한 특정 대상에 대해 바라볼 때 숲을 볼 것인지 나무를 볼 것인지 물어본다면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 라고 얼버무릴 것 같다. 나무와 숲을 바라보는 행위를 순서 상관없이 반복하다 보면, 쉽게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 한 조각 한 조각 보이기 시작하며 또 다른 규칙이 보인다. 이 안에서 나오는 새로운 조형성을 찾아 나가기 위해 눈과 사고를 넓게 펼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