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팀 발제: 일어서고 사랑하기
WEBZINE
WEDITOR 고민재
발제 일자: 11.23
발제 영화: 유호 쿠오스마넨, <6번 칸>(2021)
참석 인원: MJ, EB, DE, YJ, HM, JH, HG, SJ
영화 <6번 칸>의 이야기 중심엔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세이디 하를라 분)와 러시아인 료하(유리 보리소프 분), 두 남녀 간의 사랑이 존재한다. 우연과 함께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무르만스크행 열차에 탑승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는 꽤나 현실적이다. 차디찬 러시아를 배경으로 영화의 이야기 또한 차갑게 시작한다. 초반부는 환상이나 설렘이 아닌 현실과 불안을 보여준다. 부재하고 흔들린 사랑을 간신히 붙잡은 채로 시작된 여행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녀를 감싸 안는다. 어딘가에 끊임없이 의지하던 라우라가 점점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주체적인 사랑을 해내며, 사랑이 익숙치 않은 료하가 사랑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목적지에 다다르는 기차를 배경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겨울로 넘어가던 어느 날, 너드 멤버들은 한 방에 모여 영화 그리고 여행과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사랑을 이야기하기
MJ: 그러니까 이 얘기를 한 게 영화 설정이 되게 우연적 설정이 되게 많은데 저는 보면서 약간 그래도 낭만적이라고 생각은 했거든요. 풀어내는 방식이 꽤나 현실적이기도 하고… 스위스 가서 설마 나도? 그런 생각 할 수 있잖아요. 뭔가 앞자리에 우연히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앉고 이런 일들.
JH: 이거 보고 <퐁네프의 연인들>(1992) 생각했어요. 오히려 퐁네프의 연인들은 좀 현실이랑 거리가 먼데 이 영화가 더 가까워서 상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HM: 내가 말해줄게 3인실인데 둘이 커플이고 니 혼자…
SJ: 그리고 캠코더 훔치는 것만 진짜야.
…
MJ: 어쨌든 둘의 사랑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면…
HM: MJ는 사랑이 뭐야? 우리 다 얘기해 보자.
MJ: 그냥 이 영화에 결말 부분에 나타내는 사랑이랑 좀 비슷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 연애를 할 때 있어서 라우라가 맨 처음에 교수인 이리나(디나라 드루카로바 분)하고 사랑을 했잖아요. 근데 너무 약간 끌려다니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주체적이지 못했다. 사랑할 때도 상대방이나 사랑에게 잡아먹히거나 끌려다니면…
HM: 근데 사랑에서 조금 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해? 얘는 극단적인 케이스이기는 한데 거의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무시하는 정도니까. 근데 연인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쥐지 않는 관계가 가능한가?
YJ: 나는 지는 사랑이 뭐가 나쁜지 모르겠고 이기는 사랑이 또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
HM: 그러니까 둘 다 좋아해. 둘 다 좋아하는데 그 절댓값이 다를 수 있잖아요. 이 사람이 가진 마음의 절댓값과 저 사람이 가진 마음의 절대값이 상대값은 같더라도 그럼 그 절댓값이 다를 때 그게 맞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YJ: 근데 저 사랑은 그것뿐만 아니라 사랑을 떠나서도 차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좀 아니라고 봐요. 예를 들면 이렇게 정신과 의사는 내담자랑 연애하면 안 되잖아요. 권력의 차이가 누가 봐도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하는 게…
SJ: 공중전화 장면. 정말 눈물 날 뻔했어요.
YJ: 나는 너밖에 없는데 너는 다 있어
1. 첫 장면
MJ: 아무튼 뒤에서 할 얘기를 좀 했는데 넘어가도 되나요? 처음부터 이 장면을 보여주는데, 라우라는 이 파티에서 다 처음 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자기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듯 행동하죠. 실제로 어울리지도 못하죠. 그리고 그녀에 대한 호칭도 나의 애인이 아닌, 하숙생이라고 하는 점들. 시작부터 되게 비참하기 시작을 해요. 암각화를 보러 가겠다고 했을 때도 사실 이 여주는 암각화를 보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거든요. 이리나의 반응에 부응하는 대답일 뿐이지 사실 자기가 가고 싶어 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HM: 동시에 이 집단을 동경하고 있음이 또 느껴지는… 기차에서 암각화를 보러 가는 이유를 말할 때, 다른 교수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되게 끼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MJ: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이고 그녀는 교수고 그녀의 집에 멋진 게 있고… 그 사람의 세계를 동경함과 동시에 편입되려고 하고 동일시되려고 하는 그런 모습이 보였어.
SJ: “우리의 일부는 타인의 일부와만 닿을 수 있다.”
MJ: 맞아 나도 그 대사가 그 동일시되려고 하는 그 측면에 있어서 초반 부에 먼저 말을 던져주고 시작한 게 아닌가. 누군가 완벽하게 동일시될 수 없는데 말이야.
MJ: “탈출하려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가는지가 중요하다.” 이 문장도 나중에 생각하면 암각화는 솔직히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근데 어쨌든 지나 왔던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니까 또 이 대사가 변환점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나?
2.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
MJ: 카메라 잃어버리고 담배 피울 때… 이 장면인데 되게 인상적이었거든요. 롱테이크로 담아낸 장면인데. 기차가 있던 곳에서 멀어지는 것을 계속 이렇게 길게 보여주면서… 자기가 지나왔던 그리고 자기의 것들이 남겨져 있던 그 모스크바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장면이잖아요. 이제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라우라에게 너무 적절했고 그녀에게도 이걸 보면서 자기의 지나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지난 미련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그런 상징적인 장면이었어요.
3. 영화 속 이야기들과 료하
MJ: 그냥 이야기 전체가 여행 같고 너무 낯설고 예측 불가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넓게 봤을 때 뭔가 인생도 그렇지 않나? 라고 생각했고. 엄청 차갑게 시작했는데 쌓여서 확장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가는 점이 되게 좋았거든요.
HM: 짧은 기간 자체가 삶으로 은유 될 수 있으니까…
MJ: 처음에 언급했듯이 우연적인 설정들은 많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현실적이었던 것도 맘에 들었어요.
SJ: 그 장면도 좋았는데… 세밀화를 그려주잖아요. 그랬을 때 료하가 됐다고 하는 모습에서 라우라는 자기와는 다른 여자라는 것을 바로 깨달은 것같이 보였어요. 자기는 암각화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라우라는 세밀화를 그릴 정도로 세상의 것들에 굉장히 예민하고 복잡하게 반응하는 여자구나하고. 되게 현실적이었어요
EB: 저는 그 부분에서 왜 화를 내는지 진짜 모르겠어서 약간 추측을 해봤는데 혹시 글을 못 읽어서? 약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메뉴도 라우라가 갑자기 혼자 다 정하고 그냥 아무거나 먹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주소도 안 적고…
MJ: 맞아. 그래서 료하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몰입이 잘 안됐거든. 라우라를 되게 세밀하게 그리고 납득이 가게 잘 그렸는데 료하가 너무 라우라를 설명하는 도구로 쓰이지 않았나? 약간 나는 그렇게 느꼈어. 라우라의 감정을 그려내는 데에 있어서는 되게 필요한 존재인데, 료하 캐릭터 자체는 이해하려고 했는데 사실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래서 나는 이해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순수한 사람일까 싶어. 료하가 사실 노동자고 삶에 치여서 사랑에 잘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 그래서 너무 순수하고 어리숙해서 이런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기는 했어.
YJ: 약간 동백꽃 봄봄 요런…
SJ: 김첨지?
YJ: 김첨지랑 비슷하죠.
SJ: 근데 그 순간에 그냥 충실한 삶인 것 같기도 해요. 그때 맨 마지막에 기대서 자잖아요. 결말은 예정돼 있잖아. 그냥 아무런 남은 흔적도 없이 헤어질 거라는 걸. 근데 지금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YJ: 아무 생각이 없을 거 같기도 해
HM: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 아닐까?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의 형태를 잘 모르니
MJ: 처음에 술 먹고 그런 얘기 하는 것도… 그냥 아무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거일 수 있을거같아
HM: 관심 없으면 말 걸지도 않지. 사랑이 무슨 단어인지도 물어보지 않았겠지
EB: 할머니 집 가기 전까지는, 박해일 나오는… 연애의 목적? 그런 건 줄 알았어요.
…
HM: 그래서 료하는 나쁜 애는 아니고 사랑의 언어를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YJ: 90년대가 배경이니까. 지금처럼 미디어로 우리가 사랑은 다 이렇게 해! 하고 볼 수 있는게 아니잖아.
HM: 근데 궁금해. 아무것도 학습하지 않은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뭘까?
SJ: 료하가 그린 사랑은 약간 암각화 느낌인 거 같아. 암각화도 선사시대에 맨 처음에 그린 그림이잖아. 그런 원시적 사랑 아닐까?
HJ: 사람이 학습하지 못하면 우리가 아는 사랑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겠죠. 인간이 태어나서 이제 기본적인 정상성의 틀 안에서 보자면 이제 가족과 관계를 맺으면서 애착 관계에 대한 1차 학습을 하고, 그런 학습의 학습의 학습의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사회적으로 통합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라는 형태가 나오는 건데… 그냥 사회적인 이런 학습의 과정을 아예 배제한다? 그러면 그냥 욕망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JH: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학습이 좀 되고 친구도 많고 그렇잖아. 근데 사랑에 대해서만 학습 안 되고…
MJ: 그런 거라면 이 사람 그냥 자기가 느꼈을 때 좋다고 생각하는 거 있잖아.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이 사람이 이해돼. 웃긴 걸 좋아하거나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면 그런 일련의 이상한 행동들이 이해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어쨌든 사랑의 감정이 약간 부정적인 감정 아니잖아. 그러니까 좋다는 걸 느끼는 거니까 다시 그 좋다고 생각한 걸 표현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
JH: 키스할 때 공포감… 봤어요? 코만 이렇게 있다가 살짝 뒤로 가는데 얘도 따라가거든요. 머리가 자연스럽게.
HM: 그냥 사랑을 몰랐구나. 근데 우리가 이렇게 계속 얘기하니까 점점 료하가 이해가 되고, 되게 선명했네. 료하를 좀 사랑하게 됐어.
4. 창 밖을 바라보며
발제 영화: 유호 쿠오스마넨, <6번 칸>(2021)
참석 인원: MJ, EB, DE, YJ, HM, JH, HG, SJ
영화 <6번 칸>의 이야기 중심엔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세이디 하를라 분)와 러시아인 료하(유리 보리소프 분), 두 남녀 간의 사랑이 존재한다. 우연과 함께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무르만스크행 열차에 탑승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는 꽤나 현실적이다. 차디찬 러시아를 배경으로 영화의 이야기 또한 차갑게 시작한다. 초반부는 환상이나 설렘이 아닌 현실과 불안을 보여준다. 부재하고 흔들린 사랑을 간신히 붙잡은 채로 시작된 여행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녀를 감싸 안는다. 어딘가에 끊임없이 의지하던 라우라가 점점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주체적인 사랑을 해내며, 사랑이 익숙치 않은 료하가 사랑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목적지에 다다르는 기차를 배경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겨울로 넘어가던 어느 날, 너드 멤버들은 한 방에 모여 영화 그리고 여행과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사랑을 이야기하기
MJ: 그러니까 이 얘기를 한 게 영화 설정이 되게 우연적 설정이 되게 많은데 저는 보면서 약간 그래도 낭만적이라고 생각은 했거든요. 풀어내는 방식이 꽤나 현실적이기도 하고… 스위스 가서 설마 나도? 그런 생각 할 수 있잖아요. 뭔가 앞자리에 우연히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앉고 이런 일들.
JH: 이거 보고 <퐁네프의 연인들>(1992) 생각했어요. 오히려 퐁네프의 연인들은 좀 현실이랑 거리가 먼데 이 영화가 더 가까워서 상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HM: 내가 말해줄게 3인실인데 둘이 커플이고 니 혼자…
SJ: 그리고 캠코더 훔치는 것만 진짜야.
…
MJ: 어쨌든 둘의 사랑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면…
HM: MJ는 사랑이 뭐야? 우리 다 얘기해 보자.
MJ: 그냥 이 영화에 결말 부분에 나타내는 사랑이랑 좀 비슷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 연애를 할 때 있어서 라우라가 맨 처음에 교수인 이리나(디나라 드루카로바 분)하고 사랑을 했잖아요. 근데 너무 약간 끌려다니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주체적이지 못했다. 사랑할 때도 상대방이나 사랑에게 잡아먹히거나 끌려다니면…
HM: 근데 사랑에서 조금 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해? 얘는 극단적인 케이스이기는 한데 거의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무시하는 정도니까. 근데 연인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쥐지 않는 관계가 가능한가?
YJ: 나는 지는 사랑이 뭐가 나쁜지 모르겠고 이기는 사랑이 또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
HM: 그러니까 둘 다 좋아해. 둘 다 좋아하는데 그 절댓값이 다를 수 있잖아요. 이 사람이 가진 마음의 절댓값과 저 사람이 가진 마음의 절대값이 상대값은 같더라도 그럼 그 절댓값이 다를 때 그게 맞는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YJ: 근데 저 사랑은 그것뿐만 아니라 사랑을 떠나서도 차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좀 아니라고 봐요. 예를 들면 이렇게 정신과 의사는 내담자랑 연애하면 안 되잖아요. 권력의 차이가 누가 봐도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하는 게…
SJ: 공중전화 장면. 정말 눈물 날 뻔했어요.
YJ: 나는 너밖에 없는데 너는 다 있어
1. 첫 장면
MJ: 아무튼 뒤에서 할 얘기를 좀 했는데 넘어가도 되나요? 처음부터 이 장면을 보여주는데, 라우라는 이 파티에서 다 처음 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자기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듯 행동하죠. 실제로 어울리지도 못하죠. 그리고 그녀에 대한 호칭도 나의 애인이 아닌, 하숙생이라고 하는 점들. 시작부터 되게 비참하기 시작을 해요. 암각화를 보러 가겠다고 했을 때도 사실 이 여주는 암각화를 보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거든요. 이리나의 반응에 부응하는 대답일 뿐이지 사실 자기가 가고 싶어 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HM: 동시에 이 집단을 동경하고 있음이 또 느껴지는… 기차에서 암각화를 보러 가는 이유를 말할 때, 다른 교수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되게 끼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MJ: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이고 그녀는 교수고 그녀의 집에 멋진 게 있고… 그 사람의 세계를 동경함과 동시에 편입되려고 하고 동일시되려고 하는 그런 모습이 보였어.
SJ: “우리의 일부는 타인의 일부와만 닿을 수 있다.”
MJ: 맞아 나도 그 대사가 그 동일시되려고 하는 그 측면에 있어서 초반 부에 먼저 말을 던져주고 시작한 게 아닌가. 누군가 완벽하게 동일시될 수 없는데 말이야.
MJ: “탈출하려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가는지가 중요하다.” 이 문장도 나중에 생각하면 암각화는 솔직히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근데 어쨌든 지나 왔던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니까 또 이 대사가 변환점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나?
2.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
MJ: 카메라 잃어버리고 담배 피울 때… 이 장면인데 되게 인상적이었거든요. 롱테이크로 담아낸 장면인데. 기차가 있던 곳에서 멀어지는 것을 계속 이렇게 길게 보여주면서… 자기가 지나왔던 그리고 자기의 것들이 남겨져 있던 그 모스크바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장면이잖아요. 이제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라우라에게 너무 적절했고 그녀에게도 이걸 보면서 자기의 지나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지난 미련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그런 상징적인 장면이었어요.
3. 영화 속 이야기들과 료하
MJ: 그냥 이야기 전체가 여행 같고 너무 낯설고 예측 불가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넓게 봤을 때 뭔가 인생도 그렇지 않나? 라고 생각했고. 엄청 차갑게 시작했는데 쌓여서 확장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가는 점이 되게 좋았거든요.
HM: 짧은 기간 자체가 삶으로 은유 될 수 있으니까…
MJ: 처음에 언급했듯이 우연적인 설정들은 많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현실적이었던 것도 맘에 들었어요.
SJ: 그 장면도 좋았는데… 세밀화를 그려주잖아요. 그랬을 때 료하가 됐다고 하는 모습에서 라우라는 자기와는 다른 여자라는 것을 바로 깨달은 것같이 보였어요. 자기는 암각화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라우라는 세밀화를 그릴 정도로 세상의 것들에 굉장히 예민하고 복잡하게 반응하는 여자구나하고. 되게 현실적이었어요
EB: 저는 그 부분에서 왜 화를 내는지 진짜 모르겠어서 약간 추측을 해봤는데 혹시 글을 못 읽어서? 약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메뉴도 라우라가 갑자기 혼자 다 정하고 그냥 아무거나 먹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주소도 안 적고…
MJ: 맞아. 그래서 료하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몰입이 잘 안됐거든. 라우라를 되게 세밀하게 그리고 납득이 가게 잘 그렸는데 료하가 너무 라우라를 설명하는 도구로 쓰이지 않았나? 약간 나는 그렇게 느꼈어. 라우라의 감정을 그려내는 데에 있어서는 되게 필요한 존재인데, 료하 캐릭터 자체는 이해하려고 했는데 사실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래서 나는 이해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순수한 사람일까 싶어. 료하가 사실 노동자고 삶에 치여서 사랑에 잘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 그래서 너무 순수하고 어리숙해서 이런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기는 했어.
YJ: 약간 동백꽃 봄봄 요런…
SJ: 김첨지?
YJ: 김첨지랑 비슷하죠.
SJ: 근데 그 순간에 그냥 충실한 삶인 것 같기도 해요. 그때 맨 마지막에 기대서 자잖아요. 결말은 예정돼 있잖아. 그냥 아무런 남은 흔적도 없이 헤어질 거라는 걸. 근데 지금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YJ: 아무 생각이 없을 거 같기도 해
HM: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 아닐까?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의 형태를 잘 모르니
MJ: 처음에 술 먹고 그런 얘기 하는 것도… 그냥 아무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거일 수 있을거같아
HM: 관심 없으면 말 걸지도 않지. 사랑이 무슨 단어인지도 물어보지 않았겠지
EB: 할머니 집 가기 전까지는, 박해일 나오는… 연애의 목적? 그런 건 줄 알았어요.
…
HM: 그래서 료하는 나쁜 애는 아니고 사랑의 언어를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YJ: 90년대가 배경이니까. 지금처럼 미디어로 우리가 사랑은 다 이렇게 해! 하고 볼 수 있는게 아니잖아.
HM: 근데 궁금해. 아무것도 학습하지 않은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뭘까?
SJ: 료하가 그린 사랑은 약간 암각화 느낌인 거 같아. 암각화도 선사시대에 맨 처음에 그린 그림이잖아. 그런 원시적 사랑 아닐까?
HJ: 사람이 학습하지 못하면 우리가 아는 사랑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겠죠. 인간이 태어나서 이제 기본적인 정상성의 틀 안에서 보자면 이제 가족과 관계를 맺으면서 애착 관계에 대한 1차 학습을 하고, 그런 학습의 학습의 학습의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사회적으로 통합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라는 형태가 나오는 건데… 그냥 사회적인 이런 학습의 과정을 아예 배제한다? 그러면 그냥 욕망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JH: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학습이 좀 되고 친구도 많고 그렇잖아. 근데 사랑에 대해서만 학습 안 되고…
MJ: 그런 거라면 이 사람 그냥 자기가 느꼈을 때 좋다고 생각하는 거 있잖아.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이 사람이 이해돼. 웃긴 걸 좋아하거나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면 그런 일련의 이상한 행동들이 이해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어쨌든 사랑의 감정이 약간 부정적인 감정 아니잖아. 그러니까 좋다는 걸 느끼는 거니까 다시 그 좋다고 생각한 걸 표현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
JH: 키스할 때 공포감… 봤어요? 코만 이렇게 있다가 살짝 뒤로 가는데 얘도 따라가거든요. 머리가 자연스럽게.
HM: 그냥 사랑을 몰랐구나. 근데 우리가 이렇게 계속 얘기하니까 점점 료하가 이해가 되고, 되게 선명했네. 료하를 좀 사랑하게 됐어.
4. 창 밖을 바라보며
MJ: 창밖을 바라보는 이 모습이 되게 눈에 띄었어. 계속 창밖을 보거든. 창밖의 풍경이 계속 지나가는 풍경이잖아. 나는 이게 전에 말한 거랑 엮어서, 이 사람이 계속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창밖을 보는 행동으로 표출이 되는 것 같아. 계속 그 지나갔던 자리를 보는 거지. 자기의 그 미련이나 그런 것들.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대화하는 이 장면. 그 장면 이후로는 이제 기차 속 장면이 많이 나오진 않는데, 그 장면 이후로 창밖을 보진 않더라고. 아예 안 봐.
5. 여행이 끝나고
HM: 여러분은 여행이라는 게 두고 오는 것 같은지? 가지고 와서 꺼내보는 것 같은지? 여러분은 어떠세요
EB: 근데 약간 본질적으로 두고 오는…
MJ: 나도 두고 오는 것 같긴 해. 그대로 이제 간직을 한다는 느낌.
DE: 공간을 통째로 갖고 오지 않는 이상 어떤 나의 내면적으로만 들어 오는거지. 실체를 가지고 오는 것 같지는 않아.
HM: 여행에서 내가 변화했는데, 그 내가 계속 유지되는 건… 가지고 온 걸까? 두고 온 걸까? 음… 그게 그거인 걸까?
5. 여행이 끝나고
HM: 여러분은 여행이라는 게 두고 오는 것 같은지? 가지고 와서 꺼내보는 것 같은지? 여러분은 어떠세요
EB: 근데 약간 본질적으로 두고 오는…
MJ: 나도 두고 오는 것 같긴 해. 그대로 이제 간직을 한다는 느낌.
DE: 공간을 통째로 갖고 오지 않는 이상 어떤 나의 내면적으로만 들어 오는거지. 실체를 가지고 오는 것 같지는 않아.
HM: 여행에서 내가 변화했는데, 그 내가 계속 유지되는 건… 가지고 온 걸까? 두고 온 걸까? 음… 그게 그거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