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브랜드들
WEBZINE
WEDITOR 도기유 이윤근
초등학교 6년 내내 고고학자가 꿈이었다. 옛날 것이 좋았기 때문인데, 왜 옛날 것이 좋은가 하면 그것들은 모두 죽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왜 갑자기 하는가 하면 최근 넘버 나인을 그만둘 즈음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인터뷰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제 저에게 ‘넘버 나인’ 이라는 간판은 필요 없어요. 없어져 버렸죠. 거기에 의지해서 같은 걸 반복하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결정에 아직도 스스로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이게 저다워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어떤 거짓도 없이 넘버나인은 죽어야 할 때 죽었어요.”
마지막 문장은 올해 본 문장 중에 가장 좋았는데, 요즘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물론 무생물에 한해서다. 나는 모기도 잘 안 죽인다.
그에게 있어 넘버나인은 매우 중요하니 그대로 묻어버렸다. 묻힌 것은 더 이상 변화할 수 없고 지표가 된다. 다행히 넘버나인은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만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이 더 많다. 죽은 브랜드들은 제각기 죽은 이유가 다르고 죽은 시대도 다르다. 하지만 죽은 것들을 찾아보는 것은 나름의 재미도 있고 시간을 죽이기도 좋아 훌륭한 소일거리다. 그러니 미국의 죽은 브랜드 몇 곳을 소개하겠다. 유럽, 일본의 죽은 브랜드는 너무 많으니 스스로 찾아보며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Claire McCardell>
여성 스포츠웨어, 캐주얼 웨어의 선구자격인 디자이너로,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활동했다. 면, 데님과 같이 미국적인 소재를 활용하였는데, 당시 '하이 패션=쿠튀르' 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의 디자인이 얼마나 앞서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Adam Kimmel>
2005년, 동명의 패션 레이블로 패션 신의 일약 스타로 도약한 후 2012년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혜성 같은 디자이너. Supreme의 제임스 제비아가 “Ralph Laurent과 Helmut Lang 사이의 교량과도 같은 디자이너”라 칭한 바 있다. 수준 높은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모던하면서도 각 컬렉션마다 뚜렷한 컨셉의 디자인을 선보였고, 하이 패션 브랜드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Ready-to-Wear’한 옷들을 선보였다. 룩북과 프레젠테이션이 정말 재미나다. FW11의 '샴페인 든 유인원'은 이번 멧 갈라 자레드 레토의 레퍼런스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Public School NYC>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브랜드 네임 ‘Public School’은 뉴욕의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공립 학교들의 특성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의 공동 디렉터 중 하나인 맥스웰 오스본의 자메이칸 헤리티지가 드러난 피스들도 심상찮게 보인다. 스포츠, 특히 농구 기반 문화적 레퍼런스 활용이 돋보인다. 초기 컬렉션부터 뉴욕 기반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12년 CFDA 어워드를 받은 바도 있다. 재밌는 게 2010년 즈음 CFDA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중, 갑작스럽게 브랜드 전개를 종료했다. 그 후 2012년에 리뉴얼된 브랜드로서 다시 전개를 시작했는데, 2012년 전후를 B.C., A.D.라 부른다나. B.C. 컬렉션의 이미지는 A.D. 전개 이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저에게 ‘넘버 나인’ 이라는 간판은 필요 없어요. 없어져 버렸죠. 거기에 의지해서 같은 걸 반복하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결정에 아직도 스스로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이게 저다워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어떤 거짓도 없이 넘버나인은 죽어야 할 때 죽었어요.”
마지막 문장은 올해 본 문장 중에 가장 좋았는데, 요즘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물론 무생물에 한해서다. 나는 모기도 잘 안 죽인다.
그에게 있어 넘버나인은 매우 중요하니 그대로 묻어버렸다. 묻힌 것은 더 이상 변화할 수 없고 지표가 된다. 다행히 넘버나인은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만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이 더 많다. 죽은 브랜드들은 제각기 죽은 이유가 다르고 죽은 시대도 다르다. 하지만 죽은 것들을 찾아보는 것은 나름의 재미도 있고 시간을 죽이기도 좋아 훌륭한 소일거리다. 그러니 미국의 죽은 브랜드 몇 곳을 소개하겠다. 유럽, 일본의 죽은 브랜드는 너무 많으니 스스로 찾아보며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Claire McCardell>
여성 스포츠웨어, 캐주얼 웨어의 선구자격인 디자이너로,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활동했다. 면, 데님과 같이 미국적인 소재를 활용하였는데, 당시 '하이 패션=쿠튀르' 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의 디자인이 얼마나 앞서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Adam Kimmel>
2005년, 동명의 패션 레이블로 패션 신의 일약 스타로 도약한 후 2012년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혜성 같은 디자이너. Supreme의 제임스 제비아가 “Ralph Laurent과 Helmut Lang 사이의 교량과도 같은 디자이너”라 칭한 바 있다. 수준 높은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모던하면서도 각 컬렉션마다 뚜렷한 컨셉의 디자인을 선보였고, 하이 패션 브랜드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Ready-to-Wear’한 옷들을 선보였다. 룩북과 프레젠테이션이 정말 재미나다. FW11의 '샴페인 든 유인원'은 이번 멧 갈라 자레드 레토의 레퍼런스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Public School NYC>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브랜드 네임 ‘Public School’은 뉴욕의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공립 학교들의 특성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의 공동 디렉터 중 하나인 맥스웰 오스본의 자메이칸 헤리티지가 드러난 피스들도 심상찮게 보인다. 스포츠, 특히 농구 기반 문화적 레퍼런스 활용이 돋보인다. 초기 컬렉션부터 뉴욕 기반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12년 CFDA 어워드를 받은 바도 있다. 재밌는 게 2010년 즈음 CFDA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중, 갑작스럽게 브랜드 전개를 종료했다. 그 후 2012년에 리뉴얼된 브랜드로서 다시 전개를 시작했는데, 2012년 전후를 B.C., A.D.라 부른다나. B.C. 컬렉션의 이미지는 A.D. 전개 이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