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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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권도연

                                       

오타쿠(オタク)는 특정 대상에 집착적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팬으로 불리지만, 특정 주제나 분야에 대해 열정을 가지는 점에 있어서 오타쿠는 적용 범위가 넓다.

소통 능력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점으로 오타쿠’들’에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나는 그들을 추앙한다. 과도하게 좋아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어찌 보면 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질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짜 오타쿠들이 싫다. 오타쿠들의 독특한 문화를 앞세워 ‘멋’ 있는 척을 하는 힙스터가 싫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진짜 오타쿠인지 가짜 오타쿠인지 혼자 진위를 구별하는, 나에게도 안 좋은 힙스터 의식이 있다. 그래도 이들을 구분하는 타당한(?) 명분은 내가 오타쿠(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이름을 말하면 ‘그럼 _____애니메이션 보셨어요?’ 질문을 받는 학교에 3년 동안 다녔다. 그래도 공통점을 찾는 질문에 공감대를 찾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지만, ‘음.. 예?’의 대답에선 ‘예고(예술고등학교) 같은 거예요~’ 라고 얼버무려야했다. 실제로 학교를 졸업하고 오타쿠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다른 고등학교 이름을 대곤하지만 나는 출신 학교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다. 오타쿠에 소속한 채 오타쿠를 대변하던 것에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다. 비록 고등학교에서는 고작 2퍼센트 함량의 오타쿠였지만, 진짜 오타쿠에게 진정한 좋아함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 오타쿠의 이득만 취하는 가짜 오타쿠가 싫고 오타쿠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더 싫다. 내가 오타쿠고, 오타쿠를 싫어했으며, 가짜 오타쿠라고 생각했기에 발생하는 거울효과일지도 모른다.

나는 좋아함에서 이어진 창작자의 단계에 올라간 것을 오타쿠의 정의라고 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하면 안 된다. 2번째로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으라.’ 라는 말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해당 산업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된다. 또한 해당 직무에서 아무런 흔적을 못 남길 것 같을 때, 좌절감도 상당하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것을 잃어가고 일은 일대로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이를 큰 문제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오타쿠는 스스로 에너지를 자가 생산하여 계속 이어 나간다. ‘광기’ 같지만, 광기는 곧 광이 난다. 한 분야의 지식을 깊이 근성 있게 습득하고, 이를 응용하여 생산하고 마침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단계는 그 누구도 해내기 어렵다. 특히 같은 것을 여러 번 하며 많은 시간을 쏟는 그 느낌은 그 누구도 경험하기 어려운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몰입의 순간들을 보며 오타쿠에 사랑을 느꼈다. 2% 오타쿠인 나는 그들만큼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빠지고 싶다. 모든 순간을 뒤를 돌아보지 않을 만큼 열심히 파고들고 싶다.

오타쿠는 힙스터와 달리 더 평범하고 순수하게 좋아한다. 힙스터는 자신이 추구하는 비주류적 차별성에 우월함을 느낀다. 어찌 보면 힙스터는 가짜 오타쿠면서 진짜 오타쿠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좋아함에 있어서는 우월감이 존재할 수 없다. 멋을 바라고 좋아하는 것이 아닌, 그저 좋아한다는 행위에 스스로 만족을 느끼기에 순위는 부여될 수 없다. 오타쿠는 차별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능력은 힙스터들이 따라올 수 없다. 언제든 힙스터는 될 수 있지만 오타쿠는 될 수 없다. 힙스터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힙스터는 뒤처질 걱정에 온 신경을 세워야 하지만 오타쿠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오타쿠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비오타쿠를 향한 오타쿠의 그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좋아함을 찾는 능력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