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록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WEBZINE
WEDITOR 지하늘
기록은 인류의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동굴에 그림을 그리며 일상을 담아낸 우리의 먼 조상부터, 종이와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거쳐 인터넷 세상에 사진과 글을 남기는 우리들까지. 모두 기록하는 존재들이다.
기록은 정보를 갈무리하고, 특정 신호로 남긴 후, 어떤 매체를 통해 남기는 것이라는 정의에 따르면 영화 역시 기록의 기능을 수행한다. 영화 기록은 인간의 문화 활동에서 만들어지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기억이며 기록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는 특별한 형태의 기록처럼 다가와 더욱이 애틋하다. 사실 그 자체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확대와 축소의 과정을 거쳐 편집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기억의 형태와 꼭 닮아있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사실이 아니다. 모종의 사고체계를 통해 새로이 기록되는 것이다. 영화는 개인과 사회, 시대의 기억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 매체를 통해 전달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특별한 기록이자 기억의 형태다.
영화 <장기자랑(2023)>은 동명의 연극을 준비하는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4·16 세월호 참사[1]희생자 및 생존자 학생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극단이다. 연극 '장기자랑'은 수학여행을 위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제주도에 도착을 못 했지만, 이 장기자랑 안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는 겁니다.”라는 나레이션을 통해 영화<장기자랑>은 이들이 극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금 기록한다.
[1] 4·16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다.
"엄마가 대신 그 무대에 서서 한 번 놀아볼게."
아이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아이들을 대신해 극 안에서 꿈을 실현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4·16 세월호 참사를 단지 비통한 과거의 일로 치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기억할 방법을 그려내고 제시하는 새로운 애도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 연극에는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소 랩을 좋아했던 영만의 엄마는 랩을 하고,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를 좋아했던 동수의 엄마는 루피로 분한다. 무대를 통해 아이들을 기억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한 이 연극은 세월호 활동의 일환의 가치를 넘어 스스로를 위해 내딛는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이전에는 차마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들을 재현하며 배우로서, 엄마로서 다시금 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영화는 연극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심으로 극단 소속 배우들이자 세월호 희생자·생존자 엄마들의 희로애락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그들은 배우로서 욕망하고, 엄마로서 아파한다. ‘세월호 엄마’라는 명칭 아래에 놓인 개개인을 바라보게 된다. 이소현 감독은 영화 <장기자랑>이 세월호를 다르게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밝혔다. 영화 <장기자랑>이 세월호를 떠올리는 방법은 고통과 울분의 목소리만을 확대하기보다는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애도의 몫을, 그들이 나아가는 길을 새로이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것은, 4·16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304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의 무게를 개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과, 참사 발생으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한다는 점, 남겨진 사람을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매년 4월이면 무대에 선다. 남겨진 자가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방법이다.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날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분투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예술의 힘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억을 더해가며 개개인을 애도하는 과정이 있어야 이러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상처가 너무 아플 때는 외면할 것이 아니라,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을 영화 <장기자랑>은 이야기하고 있다.
기록은 그렇게 기억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가 반갑고 고마운 것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희미해진 기억들에 다시금 안부를 묻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장기자랑>은 참사를, 떠나간 이들을 오롯하게 기억하기 위해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 웃고, 슬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아이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봄을 맞아 노란 꽃들이 활짝 핀 이곳에서 우리는 기록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기록은 정보를 갈무리하고, 특정 신호로 남긴 후, 어떤 매체를 통해 남기는 것이라는 정의에 따르면 영화 역시 기록의 기능을 수행한다. 영화 기록은 인간의 문화 활동에서 만들어지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기억이며 기록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는 특별한 형태의 기록처럼 다가와 더욱이 애틋하다. 사실 그 자체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확대와 축소의 과정을 거쳐 편집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기억의 형태와 꼭 닮아있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사실이 아니다. 모종의 사고체계를 통해 새로이 기록되는 것이다. 영화는 개인과 사회, 시대의 기억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 매체를 통해 전달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특별한 기록이자 기억의 형태다.
영화 <장기자랑(2023)>은 동명의 연극을 준비하는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4·16 세월호 참사[1]희생자 및 생존자 학생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극단이다. 연극 '장기자랑'은 수학여행을 위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제주도에 도착을 못 했지만, 이 장기자랑 안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는 겁니다.”라는 나레이션을 통해 영화<장기자랑>은 이들이 극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금 기록한다.
[1] 4·16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다.
"엄마가 대신 그 무대에 서서 한 번 놀아볼게."
아이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아이들을 대신해 극 안에서 꿈을 실현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4·16 세월호 참사를 단지 비통한 과거의 일로 치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기억할 방법을 그려내고 제시하는 새로운 애도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 연극에는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소 랩을 좋아했던 영만의 엄마는 랩을 하고,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를 좋아했던 동수의 엄마는 루피로 분한다. 무대를 통해 아이들을 기억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한 이 연극은 세월호 활동의 일환의 가치를 넘어 스스로를 위해 내딛는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이전에는 차마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들을 재현하며 배우로서, 엄마로서 다시금 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영화는 연극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심으로 극단 소속 배우들이자 세월호 희생자·생존자 엄마들의 희로애락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그들은 배우로서 욕망하고, 엄마로서 아파한다. ‘세월호 엄마’라는 명칭 아래에 놓인 개개인을 바라보게 된다. 이소현 감독은 영화 <장기자랑>이 세월호를 다르게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밝혔다. 영화 <장기자랑>이 세월호를 떠올리는 방법은 고통과 울분의 목소리만을 확대하기보다는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애도의 몫을, 그들이 나아가는 길을 새로이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것은, 4·16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304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의 무게를 개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과, 참사 발생으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한다는 점, 남겨진 사람을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매년 4월이면 무대에 선다. 남겨진 자가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방법이다.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날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분투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예술의 힘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억을 더해가며 개개인을 애도하는 과정이 있어야 이러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상처가 너무 아플 때는 외면할 것이 아니라,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을 영화 <장기자랑>은 이야기하고 있다.
기록은 그렇게 기억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가 반갑고 고마운 것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희미해진 기억들에 다시금 안부를 묻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장기자랑>은 참사를, 떠나간 이들을 오롯하게 기억하기 위해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 웃고, 슬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아이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봄을 맞아 노란 꽃들이 활짝 핀 이곳에서 우리는 기록한다, 그리고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