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다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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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이다현

                                       

패션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패션은 무엇인가. 패스트 패션이 문제라고 떠들어대는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경 문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패션의 미래다. 그렇다면 우리는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대 패션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인 해체주의는 지속 가능 관점에서 업사이클링 방법을 접목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해체주의 패션은 문자 그대로 단순 봉제선이 떨어져 나가고 소매가 분리될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모든 고정 관념을 깨부수고 재생을 통해 의복과 관계된 모든 것을 뒤집어 실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현재-미래를 결합해 시공간을 초월한 자연적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기존의 개념이 변화하고 서로 다른 의미들이 상호 교차하는 불확정성과 상호텍스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즉, 고정 관념을 파괴해 기존의 모든 사고방식을 거부한 탈현상을 표현한 방법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해체주의의 대표격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는 창립자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시절부터 줄곧 버려진 폐품이나 헌 옷을 해체주의 미학을 통해 업사이클링해왔다. 1988년 <해체와 해석Deconstruction and Interpretation>이라는 콘셉트의 첫 컬렉션을 시작으로, 이후 마르지엘라 하우스는 세계 각지의 의류, 사물,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오랜 사용의 흔적을 유지하며 재탄생시킨 작품들로 컬렉션을 진행하는 등 현재까지 해체적 업사이클링 패션 디자인의 선구자 역할을 자임해오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확장하는 가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패션 산업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과 미래 방향성에 대한 디자이너의 철학을 공유하며, 이는 소비자의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효과적 도구가 된다.


2020 F/W Ready-to-wear 컬렉션을 주목해 보자. 해당 컬렉션을 통해 마르지엘라 하우스는 ‘Replica’와 ‘Recycling’을 합친 ‘레시클라Recicla’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새로 등장시킨 개념으로, ‘재사용 가능성’ 또는 ‘사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갖는 단어다. 해당 컬렉션은 재생된 재료와 일상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디자인에 적용해 환경의 회복성과 생명력을 표현했다. 컬렉션에는 존 갈리아노가 실제 자선 상점에서 구입해 온 제품들이 사용되었으며, 디자인의 ‘과정’을 공유하길 시도함으로써 해당 디자인에 담긴 스토리와 패션의 의미를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의 관점에 집중해 도태된 대상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사회적 역할을 공유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다.



마린 세르Marine Serre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와 시대적 트렌드를 브랜드의 작품을 통해 명료하게 반영하는 디자이너다. 그 또한 브랜드의 핵심을 ‘Ecofuturist’로 정의하며 첫 컬렉션에서부터 버려진 재고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개성 있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따르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현대 패션 브랜드에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질서이자 프로세스로 간주하며 매 컬렉션의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특히, 마린 세르의 2022 F/W 컬렉션 <Hard Drive>는 60-70년대를 풍미한 펑크 테마와 90년대의 해체주의를 잘 담아냈다. 그는 해당 컬렉션에 ‘재생’ 데드 스톡 소재를 70%나 사용했다고 언급하며 컬렉션 베뉴 한켠에 마린 세르의 업사이클 과정을 볼 수 있는 작업실을 재현해 놓았다. 헌 옷을 모아서 자르고 바느질하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컬렉션이 완성되는 과정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마린 세르는 이를 공개하는 것이 일종의 ‘책임감’과 ‘의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레이블 설립 이후 업사이클링 보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패션 산업의 환경친화적 트렌드를 주도했음을 증명한 행보였다.


패션의 지속가능성은 어쩌면 그를 다루어 생산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에고에 있다. 그 에고를 비추는 의식적인 디자인 과정의 공유야말로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인의 힘이자 현대 세대와 미래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능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