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空洞)입니다
WEBZINE
WEDITOR 이연호
공동(空洞)
1.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굴.
2.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큰 골짜기.
3. 물체 속에 아무것도 없이 빈 것. 또는 그런 구멍.
4. 의학 상하거나 염증을 일으킨 조직이 밖으로 배출되거나 흡수되어 장기(臟器)에 생긴 빈 공간.
ぼくの心をあなたは奪い去った
그대는 내 마음을 빼앗아 가버렸네
俺は空洞 でかい空洞
나는 공동, 커다란 공동
全残らずあなたは奪い去った
하나도 남김없이 당신은 빼앗아갔지
俺は空洞 面白い
나는 공동, 재미있군
<空洞です - ゆらゆら帝国(空洞です, 2007)>
*<空洞です>는 일본 밴드 유라유라 제국(ゆらゆら帝国)의 마지막 앨범 '空洞です'의 타이틀 곡이다. 이후 유라유라 제국은 '밴드가 완성되었다.' 라는 이유로 2010년 해체한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집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서울은 한없이 외딴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당신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실 스스로 마음속 고향은 애초에 소거해 버려 바보같이 집에 불러줄 누군가만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나는 공동(空洞)이네요.
당신이 아무리 사랑한다며 안아줘도 아름다워야 할 그 순간에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끌어안기, 즉 물리적인 신체 접촉이 폭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나는 고향을 등진 채 경계선상에서 떨며 고통의 근원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나는 왜 공허하지만 매번 홀로 있기를 자처하며 동시에 갈구하는가? 더불어 왜 이 모순을 당신의 과오로 합리화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태초에 우리 사이에는 분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욕망했지만 당신 안에 있어도 되는 날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그리고 의지 없이 태어나야 했습니다. 나는 이것을 실존 선택권의 상실, 당신의 첫 번째 과오라 명명한 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당신을 탓했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나는폭력적으로 깨물기 시작했을 텝니다. 먹어 치울 듯이 젖가슴을 빨며 당신을 다시 소유하고 싶어 안달 났겠죠. 잠시 클라인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아이는 구강기 후기의 가학적 국면에서 자신의 상상 속에서 대상을 향한 파괴적 공격성을 강화한다. 이때 대상을 향한 초자아의 파괴적 공격성은 내부적으로 자신에게 또한 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외부의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비례해서 내사된 자신의 공격성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결국 파괴적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두려움의 대상을 제거하는 것은 내사된 초자아의 견딜 수 없는 위협을 잠재우는 목적에 일조한다.”
분리되었다는 불안에 싸인 자아는 당신을 불결한 대상으로 취급한 뒤 나의 마음까지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자아는 안심할 겨를 없이 불안에싸여 다시 무자비한 초자아의 공격과 폭력을 분화시키고 축출해 내고… 이러한 과정에서 초자아는 자아의 다른 얼굴입니다. 확장해서 말하자면 공포와혐오를 자아내던 대상은 나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 됩니다. 20년 전부터 가학적 운동에 휩싸인 자아가 비천시한 것이 곧 나라는 사실을 덮어둔 채 유아적 합리화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지극히 사디즘, 나르시시즘적이기도 합니다.
변명하자면 태초에 당신을 강하게 욕망했기 때문에 나는 당신과 투쟁했습니다. 결국 나 자신이 살기 위해 당신을 마구잡이로 빨고 삼키고 내재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되려 나를 향한 폭력이 되어 내사시킨 것은 또 제거해야 했고 결국 당신을 오물, 대변 취급하여 타자화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대상에 대한 내사와투사, 즉 내재화와 타자화 둘 중 어느 것도 하나만 알면 자기중심적 폭력일 뿐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타자화시켜만 왔습니다. 내재화가 이뤄졌다는 무의식 저편의 사실을 망각한 채요. 무의식의 것을 성찰하는 것은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끝내 진정으로 따뜻하게 당신을 방출시키기로, 당신과 분리되기로 결심하여 나는 진짜 공동(空洞)이 되려고 합니다.
공동(空洞)인 나는 심드렁해 보인다고 합니다. 동시에 공동(空洞)인 나는 감정적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치만 비우는 나는 이제 세계를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나는 이해받기보다 이해하는 사람이고 싶으니까요. 점차 나는 비어갈수록 외부의 세계에서 옅은 풀잎의 살랑임을 보듯,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관찰하듯 당신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누군가는 이것을 연민이라고 부르던가요? 부디 사랑이라고 이해해 주길 소망합니다. 쭉 나는혼자이며 공동(空洞)이며 당신의 벗입니다.
사랑을 담아.
1.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굴.
2.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큰 골짜기.
3. 물체 속에 아무것도 없이 빈 것. 또는 그런 구멍.
4. 의학 상하거나 염증을 일으킨 조직이 밖으로 배출되거나 흡수되어 장기(臟器)에 생긴 빈 공간.
ぼくの心をあなたは奪い去った
그대는 내 마음을 빼앗아 가버렸네
俺は空洞 でかい空洞
나는 공동, 커다란 공동
全残らずあなたは奪い去った
하나도 남김없이 당신은 빼앗아갔지
俺は空洞 面白い
나는 공동, 재미있군
<空洞です - ゆらゆら帝国(空洞です, 2007)>
*<空洞です>는 일본 밴드 유라유라 제국(ゆらゆら帝国)의 마지막 앨범 '空洞です'의 타이틀 곡이다. 이후 유라유라 제국은 '밴드가 완성되었다.' 라는 이유로 2010년 해체한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집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서울은 한없이 외딴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당신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실 스스로 마음속 고향은 애초에 소거해 버려 바보같이 집에 불러줄 누군가만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나는 공동(空洞)이네요.
당신이 아무리 사랑한다며 안아줘도 아름다워야 할 그 순간에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끌어안기, 즉 물리적인 신체 접촉이 폭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나는 고향을 등진 채 경계선상에서 떨며 고통의 근원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나는 왜 공허하지만 매번 홀로 있기를 자처하며 동시에 갈구하는가? 더불어 왜 이 모순을 당신의 과오로 합리화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태초에 우리 사이에는 분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욕망했지만 당신 안에 있어도 되는 날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그리고 의지 없이 태어나야 했습니다. 나는 이것을 실존 선택권의 상실, 당신의 첫 번째 과오라 명명한 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당신을 탓했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나는폭력적으로 깨물기 시작했을 텝니다. 먹어 치울 듯이 젖가슴을 빨며 당신을 다시 소유하고 싶어 안달 났겠죠. 잠시 클라인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아이는 구강기 후기의 가학적 국면에서 자신의 상상 속에서 대상을 향한 파괴적 공격성을 강화한다. 이때 대상을 향한 초자아의 파괴적 공격성은 내부적으로 자신에게 또한 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외부의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비례해서 내사된 자신의 공격성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결국 파괴적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두려움의 대상을 제거하는 것은 내사된 초자아의 견딜 수 없는 위협을 잠재우는 목적에 일조한다.”
분리되었다는 불안에 싸인 자아는 당신을 불결한 대상으로 취급한 뒤 나의 마음까지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자아는 안심할 겨를 없이 불안에싸여 다시 무자비한 초자아의 공격과 폭력을 분화시키고 축출해 내고… 이러한 과정에서 초자아는 자아의 다른 얼굴입니다. 확장해서 말하자면 공포와혐오를 자아내던 대상은 나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 됩니다. 20년 전부터 가학적 운동에 휩싸인 자아가 비천시한 것이 곧 나라는 사실을 덮어둔 채 유아적 합리화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지극히 사디즘, 나르시시즘적이기도 합니다.
변명하자면 태초에 당신을 강하게 욕망했기 때문에 나는 당신과 투쟁했습니다. 결국 나 자신이 살기 위해 당신을 마구잡이로 빨고 삼키고 내재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되려 나를 향한 폭력이 되어 내사시킨 것은 또 제거해야 했고 결국 당신을 오물, 대변 취급하여 타자화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대상에 대한 내사와투사, 즉 내재화와 타자화 둘 중 어느 것도 하나만 알면 자기중심적 폭력일 뿐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타자화시켜만 왔습니다. 내재화가 이뤄졌다는 무의식 저편의 사실을 망각한 채요. 무의식의 것을 성찰하는 것은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끝내 진정으로 따뜻하게 당신을 방출시키기로, 당신과 분리되기로 결심하여 나는 진짜 공동(空洞)이 되려고 합니다.
공동(空洞)인 나는 심드렁해 보인다고 합니다. 동시에 공동(空洞)인 나는 감정적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치만 비우는 나는 이제 세계를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나는 이해받기보다 이해하는 사람이고 싶으니까요. 점차 나는 비어갈수록 외부의 세계에서 옅은 풀잎의 살랑임을 보듯,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관찰하듯 당신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누군가는 이것을 연민이라고 부르던가요? 부디 사랑이라고 이해해 주길 소망합니다. 쭉 나는혼자이며 공동(空洞)이며 당신의 벗입니다.
사랑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