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잠깐 퀴즈, 무얼 보아야 하는 겁니까?
WEBZINE
WEDITOR 엄동욱
WEDITOR 엄동욱
이번 잡지에 실린 ‘그곳에
없는 것’이라는 기사에서 다루는 논의는, 페드로 코스타의
의미심장한 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언젠가 '그곳에 없는
것을 보는’ 능력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코스타 선생님, 대체 여기엔 없는 것을 어떻게 본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극장에 어둠이 드리우면 초당 24개의 사진이 재빠르게 지나가는 영상물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두 시간짜리 영화라고 하면, 17만 개가 넘는 정지 사진을 쭉 이어 보는 셈이다. 물론 이는 물리적인 이야기일 뿐, 우리는 영화를 보고 17만 개의 이미지를 보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영화는 몇 개의 단편적인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렇게 영사기는 멈추고, 우리는 극장을 떠난다.
그런데 이미지는 아직 제자리에 남아 있다. 우리가 자리를 떠나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이미지가 있고, 뚫어지게 쳐다봐야만 비로소 보이는 이미지가 있고, 그곳에는 없는 전혀 다른 것을 불러오는 이미지가 있다. 파울 클레는 현대 회화의 공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일컬었다.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를 부르는 일종의 ‘의식’이 되는 셈이다.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보고 어릴적 할머니가 주셨던 사과를 떠올리는 소박한 기억으로부터, 사산(四散)된 혁명의 맹아를 탐지하는 일에까지.
여기서 돌발 퀴즈.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보겠습니까?"
‘그곳에 없는 것’을 보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NERD의 15번째 잡지에서 확인해보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그곳에 없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하는 몇 가지 이미지들을 남기는 것에 만족하자.
각각의 이미지에 고정된 의미를 할당하지 않기 위해 텍스트가 뒤죽박죽인 것은 지극히 의도적인 부분이니, 널리 양해해 달라.
누군가는 여기서
“영혼의 서식지, 죽음과 탄생, 여백에 머무르는 비겁한 고독, 이스라엘 혁명, 물거품, 윤회하는 삶, 세 마리의 소와 세 청년, 나무 한 그루, 귀신의 비애, 세잔의 사과, 뤼미에르 공장의 출구, 부녀의 사랑, 500년의 기억들, 파리 코뮌, 둔중한 트랙터, 라오스 난민, 수면을 통한 예언, 이름 없는 남자, 제3국의 고산족들,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법칙, 나뭇가지와 뺨, 혁명의 노도, 영혼의 안식처, 머리가 뒤집힌 자유의 여신상, 동굴에 갇힌 노파, 이집트 혁명, 인민의 자생력, 오아시스, 여인의 말로, 주사위 던지기, 고요한 변형, 신의 유물론, 12개의 돌, 두 영혼의 교차로, 주네의 희곡, 베를린 장벽, ‘여기, 저기’, 불타오르는 대나무 껍질,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억, 사자자리, 목걸이와 병정, 알제리 전쟁, 나무 두 그루, 루리카케스 새, 반복되는 채찍질, 오래된 약속, 삶의 원동력"
를 보았다고 합니다.
다시 퀴즈, 여러분은 무엇을 보겠습니까?
우리는 극장에 어둠이 드리우면 초당 24개의 사진이 재빠르게 지나가는 영상물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두 시간짜리 영화라고 하면, 17만 개가 넘는 정지 사진을 쭉 이어 보는 셈이다. 물론 이는 물리적인 이야기일 뿐, 우리는 영화를 보고 17만 개의 이미지를 보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영화는 몇 개의 단편적인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렇게 영사기는 멈추고, 우리는 극장을 떠난다.
그런데 이미지는 아직 제자리에 남아 있다. 우리가 자리를 떠나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이미지가 있고, 뚫어지게 쳐다봐야만 비로소 보이는 이미지가 있고, 그곳에는 없는 전혀 다른 것을 불러오는 이미지가 있다. 파울 클레는 현대 회화의 공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일컬었다.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를 부르는 일종의 ‘의식’이 되는 셈이다.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보고 어릴적 할머니가 주셨던 사과를 떠올리는 소박한 기억으로부터, 사산(四散)된 혁명의 맹아를 탐지하는 일에까지.
여기서 돌발 퀴즈.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보겠습니까?"
‘그곳에 없는 것’을 보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NERD의 15번째 잡지에서 확인해보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그곳에 없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하는 몇 가지 이미지들을 남기는 것에 만족하자.
각각의 이미지에 고정된 의미를 할당하지 않기 위해 텍스트가 뒤죽박죽인 것은 지극히 의도적인 부분이니, 널리 양해해 달라.
<대지(1930)>, 알렉산드르 도브첸코
<너무 이른, 너무 늦은(1981)>,
장-마리 스트라우브, 다니엘 위예
<도원경(2014)>, 리산드로 알론소
<메콩 호텔(2012)>,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누군가는 여기서
“영혼의 서식지, 죽음과 탄생, 여백에 머무르는 비겁한 고독, 이스라엘 혁명, 물거품, 윤회하는 삶, 세 마리의 소와 세 청년, 나무 한 그루, 귀신의 비애, 세잔의 사과, 뤼미에르 공장의 출구, 부녀의 사랑, 500년의 기억들, 파리 코뮌, 둔중한 트랙터, 라오스 난민, 수면을 통한 예언, 이름 없는 남자, 제3국의 고산족들,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법칙, 나뭇가지와 뺨, 혁명의 노도, 영혼의 안식처, 머리가 뒤집힌 자유의 여신상, 동굴에 갇힌 노파, 이집트 혁명, 인민의 자생력, 오아시스, 여인의 말로, 주사위 던지기, 고요한 변형, 신의 유물론, 12개의 돌, 두 영혼의 교차로, 주네의 희곡, 베를린 장벽, ‘여기, 저기’, 불타오르는 대나무 껍질,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억, 사자자리, 목걸이와 병정, 알제리 전쟁, 나무 두 그루, 루리카케스 새, 반복되는 채찍질, 오래된 약속, 삶의 원동력"
를 보았다고 합니다.
다시 퀴즈, 여러분은 무엇을 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