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이런 말을 하는 사람
WEBZINE
WEDITOR   이수아


애드리엔 리치Adrienne Rich의 <Women and Honor: Some Notes on Lying (1977)> 속 한 구절

"이름 붙여지지 않은 것, 이미지로 묘사되지 않은 것, 전기에서 누락된 것, 편지 모음에서 검열된 것, 다른 이름으로 잘못 불리는 것,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것, 불충분하거나 거짓된 언어 아래에서 의미가 무너짐으로써 기억 속에 묻힌 것—이 모든 것은 단순히 말해지지 않는 것을 넘어, 말할 수 없는 것 unspeakable이 되어버린다."

NERD 16호 <Zelig>에 실릴 ‘Declaration Towards the Unspeakable말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선언’은 이렇게 제목 지어졌다. 누구도 명명(命名)하지 않는 일의 이름을 짓는 것. 사진으로도 찍지 않는 장면을 그림 그리는 것. 쉬운 일 하나 없다지만 이런 건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튀르키예 출신의 영국 디자이너 딜라라 핀디코글루Dilara Findikoglu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 후 2016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때때로 우리는 특정한 문화에 의견 던지기를 꺼리곤 한다. ‘존중’은 중요한 키워드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세상에는 그럴 수 없는 일들이 널려 있다. 무례한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핀디코글루는 ‘그런 일들’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잡지 본문에서는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2019 S/S 컬렉션 쇼에 주목하며, 해당 컬렉션과 네팔 ‘쿠마리’ 문화의 연결점을 다룬다. (자세한 내용은 잡지에…) 이는 그저 개인적으로 연상한 이미지였을 뿐이고, 실제 디자이너가 밝힌 컬렉션의 의도는 따로 있다. 많은 것을 다루어 독자에게 혼란을 줄 것을 우려해 기사에는 자세히 쓰지 못한 이야기, 이 글에라도 담아보려 한다.

 
Dilara Findikoglu 2019 S/S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형을 들고 좋아하는 ‘일반적’인 ‘여자아이’의 모습은 아니다.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비상식이 되는 때가 있고, 비극적이라 생각 드는 일이 상식이 되는 곳도 있더라. 핀디코글루는 해당 작품을 통해 중동에서 조혼으로 사라지는 소녀들을 표현했다. 떼어놓고 보면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한 데 합쳐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것은, 조혼이라는 악습 혹은 악몽에 가두어진 여성의 삶을 상징한다.



Dilara Findikoglu 2019 S/S

아이가 아이를 키운다는 말. 소녀가장이라는 말. 어찌 보면 애정 섞인 걱정과도 같은 이 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불쾌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이미지를 보며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애착 인형을 손에 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나이의 소녀들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결혼식장으로 (끌려)가야 하는 일이 실재한다.




Dilara Findikoglu 2019 S/S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2019 S/S 컬렉션 쇼는 런던의 한 오래된 집에서 치뤄졌다. 어느 방에선 동전이 달린 원피스를 입는 여성이, 또 다른 방에선 결혼식장에서의 신부를 상징하는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포즈를 취한 채 으스스한 장면을 연출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어린 모델과 흰 드레스를 입은 성인 모델의 대비되는 모습은 소녀와 어른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려는 의도였다. 이에 대해 핀디코글루는 이렇게 말한다. "이 소녀들은 어른이 되는 악몽에 갇혀 있지만 여전히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내가 하고자 한 것은, 무엇보다도 중동에서 결혼을 강요 받는 소녀들을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알지 못 하는 이들을 언급한다. 겪지 않은 삶이더라도 오직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편에 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다.




기사의 끝에 큰 힘을 실어준 애드리엔 리치의 어느 책

보다 많은 이야기를 기사에 적었다. 진심으로 편지 쓰는 사람은 추신을 먼저 떠올리는 거라고 그랬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거꾸로 읽는 악취미가 생겼다. 이 글은 추신 같은 거니까…. 다음은 본문을 읽을 차례!

실은 저도 저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본 부록에 해당하는 본문은 잡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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