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매거진
WEBZINE
WEDITOR 엄동욱
WEDITOR 엄동욱
1. Spike Art Magazine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하는 현대 미술, 문화 비평 계간지
이름답게 매우 날카로운 관점으로 현대 담론을 소개하는, 나에겐 매우 보물 같은 잡지다. 가장 마음에 드는 호는 올해 여름 호인 VULGARITY. 싱그러운 여름에 메인 기획을 ‘천박함’으로 잡고서 잡지를 내는 곳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플레이보이 잡지처럼 정말 말 그대로 천박함을 다루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AI 이미지에 대한 천박함과 대중 미학, ‘왜 오늘날 정치인들이 이토록 파렴치한가’를 묻는 정치적 파렴치함, 90년대 베네통 광고판의 외설을 통한 패션의 천박함을 논하기 등등. 그냥 지나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꿀잼 천박함을 다루고 있다.

또 가장 최근 호인 올해 가을호 NOSTALGIA는 수익 창출을 위한 레트로 열풍과 모더니즘적 향수, 그리고 예술계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연예인들이 독서하는 척하면서 어떻게 자신들을 브랜딩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서문만 읽어도 벌써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들이 ‘스파이크’적인 태도로 이것저것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세련됐는데, 단지 뭐가 마음에 안 든다고 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지적으로 차분하게 대상을 해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들의 주된 매력이다.
우리가 수준 높은 비평 잡지를 읽을 때 그것은 다시 키치 문화로 재영토화되어 새로운 엘리트주의적 진입 장벽을 형성하게 될까? 아니면 계속해서 기존 담론에 창을 찌르는 새로운 균열이 될까? 잡지를 읽어보며 생각해 보자.

배송비가 부담된다면 e-paper로 구매해서 읽어볼 수도 있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 에세이들도 매우 소중하니 한 번씩 읽어보시길. 현대 영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인터넷-네이티브 필름의 선두 주자 angelicism01의 인터뷰(나중에 한 번 소개하도록 하겠다), 가속주의 철학자 닉 랜드가 상상하는 AI 아포칼립스 시대, 그리고 아이폰 모더니즘과 네오 퓨처리즘에 관한 글들. 너무너무 소중하다.
2. COMBO Magazine
프랑스의 모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루이즈 폴랑Louise Follain이 2020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종합 예술 연간지

이들의 말을 빌리면 팬데믹 시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집단적 꿈의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시작되었다고 한다. COMBO는 시각 예술, 시, 사진 등 경계 구분 없이 다양한 예술 형식들을 연결하는 자유로운 구성을 하고 있고, 디렉터의 꿈을 재현한 일기 같은 몽환적인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집단적 꿈을 만드는 것, 즉 한 개인의 내밀한 일기를 사진과 시라는 형식 표현을 빌려 공적으로 물화하는 작업일 테다.
신기한 것은 분명 이 잡지가 누군가의 일기 안에도 파편으로 삽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COMBO의 과월호를 사려고 중고 매물을 뒤지다가 어떤 여성 판매자를 발견했는데, 여성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다꾸 문화’에서 COMBO는 어느 정도의 입지를 다지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잡지의 페이지들이 전부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우리가 노트북 뒤에 스티커를 붙이듯이 COMBO는 사람들의 다이어리를 꾸미는 데에 가장 적합한 도구가 되었다. 단지 우리가 흔히 서점에 가면 마주하는 Apartamento, POPEYE 같은 잡지보다는 덜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만약 글이나 사진에 딱히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책장에 올려놓으면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주목받기 쉬운 인테리어 템이니 한 번쯤 주목해 볼 것.
3. Sha Shin magazine
일본 도쿄의 출판사 후겐샤Fugensha에서 발행하는 사진 잡지
Sha Shin에는 단순히 사진만 나열하는 사진집이나 특정 주제의 사진을 다루는 일반적인 사진 잡지와는 다르게, 사진과 관련된 대담, 에세이, 인터뷰 등의 콘텐츠가 폭넓게 소개되고 있다. 리뉴얼된 가장 최근 호인 Vol. 7 이전까지는 Sha Shin도 매 호 한 가지 기획을 잡고 그에 맞는 사진 콘텐츠를 소개했었는데, Vol. 7부터는 기획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구성이 대폭 변경되면서 이후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Vol. 7에는 가와시마 코토리Kotori Kawashima, 아야카 엔도Ayaka Endo와 같은 현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이치로 코지마Ichiro Kojima와 같은 5-60년대 도쿄의 흑백 사진가들도 함께 아카이브로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잡지의 구성을 보면 이들의 사진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종이로 보는 전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각 작가의 세계관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화하여 깔끔하게 정리했고, 디자인 레이아웃도 대폭 수정되었다. 이에 더해 길이가 짧지 않은 에세이와 인터뷰도 실려 있고, 심지어는 사진집 전문 서점 소개, 전시 리뷰,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실용적인 리뷰 등등 사진에 관해서라면 어떤 이야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Sha Shin은 사진 고봉밥 같은 매거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름이 ‘사신’인 것도 좀 멋들어지고, 표지 디자인도 파격적이다. 현재 곧 발행될 Vol.8에 대한 프리 오더를 받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확인해 볼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