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n rules and bent corners in hopes of breaking through pt 1
WEBZINE
WEDITOR   노현수


NERD 에디터들과 만날 때면, 어김없이 옷에 대한 이야기(물론 필자는 아이쇼핑 전문가로서, 옷을 보기만 할 뿐, 딱히 구매는 안하는 타입이다)를 나눈다. 어디 제품인지, 얼마에 구매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구매했는지.. 신기하게도 매장에서 직접 옷을 구매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현재 패션 소비 시장은 Ssense, Farfetch, END Clothing, Jente, Grailed, … 등의 온라인 쇼핑몰이 주도권을 잡은 지 오래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을 합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228조원으로, 2014년 45.3조원에 비해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왔단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3년 기준 ‘의류/패션 및 관련상품’의 거래액은 전체 약 228조원 중 32조원으로, 약 14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Fig. 1) 출처: 통계청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압도적 주요 판매 루트로 자리잡은 2025년 현재에도 (국내 기준) 한 주에 수십개, 많게는 수백 개의 팝업과 매장이 새로 오픈한다. 본 기사에서는 패션을 좋아하고 업으로 삼는 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디자이너 2명의 첫 오프라인 매장 내/외부 디자인과 구성의 분석을 통해, 패션 브랜드에게 오프라인 리테일 스토어가 가지는 의의를 2부에 걸쳐 나눠 보고자 한다.


Ep.1 Paolo Pallucco & Rei Kawakubo’s COMME des GARÇONS


Ep.2 Kuro Shiramata & Issey Miyake’s ISSEY MIYAKE


1부에서 살펴볼 브랜드는 1969년 Rei Kawakubo가 시작한 일본의 브랜드, COMME des GARÇONS(이하 CDG). 1975년 Rei Kawakubo는 CDG의 첫 매장을 도쿄 아오먀마 서쪽 지역에 위치한 ‘From-First’ 건물에 위치시키기로 결정했다.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에 CDG를 위치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오야마 지역을 선택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CDG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 정확히 1년 후, 같은 건물에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역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 2인을 반하게 만든 From First 건물. 과연 어떤 매력을 가졌기에 그들의 선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을까. 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간략히 소개하고, 매장 내부로 들어가보자.

 


(시계방향으로)
Fig. 2) From-First 건물의 2층 복도.
Fig. 3) 준공 직전 From-First 건물의 모습. 가운데 통로를 기준으로 동측, 서측 동이 연결된다. 도쿄의 미나미 아오야마에 위치해 있다.
Fig. 4) 당시 건축을 담당한 KAZUMASA YAMASHITA, Architects & Associates의 Chief Architect를 맡았던 TAKEO KAMIYA에 따르면, ‘전체주의적인 하나의 큐브 모양의 건물에 대한 강한 반감으로, 작은 개별 유닛들이 두드러지는 형태를 디자인했다’고.. (Photo by Kaneaki Monma)
출처: June 1976 issue of "Shin-Kenchiku", Photo by Kaneaki Monma, http://www.kamit.jp/13_works/from1st/from_eng.htm (건축 관련 정보는 전문 참고)



Fig. 5) The first offline store of CDG, Aoyama, Tokyo 1975
출처: 032C



1975년 준공된 CDG의 첫 매장의 오픈 직전 촬영된 사진. 처음 이 자료를 접했을 때, 에디터의 솔직한 마음은 ‘뭐 이렇게 비었지?’ 였다. CDG의 로고가 없다면, 쉽사리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알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 텅 빈 공간.... 가운데 불룩 솟아오른 큐브 형태의 매대에는 단 하나의 옷만이 전시되어 있다. 매장 내에는 ‘상식적으로’ 존재해야 할 요소들이 다소(어쩌면 대부분이)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안내를 위한 각종 사이니지(안내판, 픽토그램 등 시각자료), 탈의실, 거울 등 의류 매장의 운영에 필요한 필수적 요소들을 찾아볼 수 없다. 과연 Rei Kawakubo는 무엇을 의도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의도적으로 각종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와 CDG의 옷에 온전히 집중하길 원했던 것일까? 소비자가 매장에 입장했을 때, 접객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결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소비자들의 평가는 어떠했는지, … 궁금한 점 투성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첫 매장의 자료는 위 사진을 제외하곤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확인이 쉽지 않다.

다행히도, 동시대에 존재했던, 그리고 CDG와 지향점을 달리했던 타 브랜드의 매장 자료들은 확보할 수 있었다. 아래 두 사진은 BANANA REPUBLIC과 GAP의 80년대 매장 사진으로, CDG의 첫 매장과 한눈에 보아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브랜드 모두 미국 내에서 굉장한 인기를 가졌던 대형 브랜드들로, CDG와 지향점은 다르지만 당시 최고의 매장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방식을 채택한 브랜드들이다. 특히 BANANA REPUBLIC의 경우, 2025년 현재에 활용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풍성한 전면 디스플레이 방식을 선택했다. GAP의 경우, 양질의 의류를 대중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의도를 그대로 담아 할인과 가격 등을 강조하는 사이니지를 다수(조금 과한 것 같기도...) 채택했다.



Fig. 6, 7) BANANA REPUBLIC, 1980s / GAP, 1980s


Rei는 이런 매장 디자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아직 그만큼 혁신적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처럼 CDG 매장을 통해 브랜드 매장 디자인에 혁신을 불러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BANANA REPUBLIC과 GAP에서 옷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도쿄의 CDG 매장에 입장했다면… 아마도 꽤나 큰 반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Fig. 8) Rei Kawakubo, Aoyama, Tokyo 1975. 물론 CDG가 ‘불친절한’ 매장을 추구했던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때로는 위 사진처럼 첫 매장의 오픈 당시와 비교하면 조금 더 친절한 디스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출처: 032C


(시계방향으로)
Fig. 9, 10, 11) Comme Des Garçons, NY, 1983 by by Takao Kawasaki & Ove Arrup
출처: Tumblr (
https://zegalba.tumblr.com/post/676209203849936897/comme-des-gar%C3%A7ons-new-york-city-store-1984)



성공적으로 파리에 진출한 CDG는 뉴욕으로도 진출하게 된다. 뉴욕의 첫 매장 역시 아오야마 매장을 담당했던 Takao Kawasaki가 담당하게 되었고, 건축사무소 Ove Arrup이 현지에서 협력했다고 한다. 첫 매장 이후 약 10년 정도 지난 뉴욕 매장 역시 있어야 하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메인 윈도우(Fig. 9) 앞에 벤치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학부에서 실내건축디자인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실무에서 진행되는 방식의 정확히 반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누가 이런 아 이디어를 처음 제시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에게 매장의 전면 윈도우(유리창)은 매장의 매출, 그리고 아이덴티티와 직결되는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이다. 실제로 국내 모 백화점 아이돌 팝업 오픈 당시, 아이돌 팬들의 대기 줄 때문에 전면 디스플레이와 입구가 지속적으로 가려졌던 한 명품 브랜드가 관련 업체들과 법적 분쟁까지 갔던 사례도 있을 정도로, 브랜드 매장에게 전면 디스플레이는 생명과도 같은 요소이다. 그런데 CDG 매장은 과격하게 말하면 ‘싸가지’ 없게도(실제로 패션, 디자인 업계,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전면 디스플레이를 포기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매출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일까? ….

다만, Rei는 전면 디스플레이를 오히려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Rei는 진작에 깨달았을 것이다. Rei는 그녀의 옷과 매장에 대해 ‘누군가가 옷을 착용했을 때 생기는 주름과 굴곡, 왜곡을 포함한 신체의 실루엣 전부’까지가 CDG의 디자인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조심스럽지만, CDG의 옷을 착용한 직원, 소비자들이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라고 추측해봐도 되지 않을까?


(차례로)
Fig. 12, 13, 14) Comme Des Garçons, Tokyo Flagship store, Tokyo, 1989 by Nick Helm, Nick Browne and Takao Kawasaki


출처: Tumblr (https://zegalba.tumblr.com/post/676209203849936897/comme-des-gar%C3%A7ons-new-york-city-store-1984)



다시 도쿄로 넘어와서, 이번에는 89년도에 준공된 도쿄 플래그십 매장이다. 마찬가지로 Takao Kawasaki가 설계를 담당했다. 플래그십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형광등의 배치이다. Fig. 14에서 볼 수 있듯, 형광등이 매장 외부에까지 튀어나와 있고, 이리저리 뒤틀린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Fig. 15) Original floor plan of Comme Des Garçons, Tokyo Flagship store, Tokyo, 1989 by Nick Helm, Nick Browne and Takao Kawasaki
출처: Tumblr (https://zegalba.tumblr.com/post/676209203849936897/comme-des-gar%C3%A7ons-new-york-city-store-1984)



Fig. 15는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의 설계 도면(Fig.14가 좌측 하단 형광등들이 삐져나온 부분. 주 출입구로 추측된다.)으로, 형광등의 괴상한 배치가 잘 나타나 있다.


Fig. 16) Rei Kawakubo, Aoyama, Tokyo 1989
출처: 032C


Fig. 17) Comme Des Garçons, Tokyo Flagship store, Tokyo, 1989 by Nick Helm, Nick Browne and Takao Kawasaki
출처: au magazine (https://au-magazine.com/architecture/japanese-architecture-1999)



Fig. 17에서는 형광등의 괴상한 배치와 같이 주목할 만한 두번째 포인트인 윈도우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하단과 상단의 배치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는 디자인. Top 뷰에서(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외부에 있는 관찰자가 유리창에 접근하여 내부를 구경한다면, 내부의 관찰자 기준으로는 상부 유리창이 외부 관찰자를 넘어가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내부 관찰자의 입장으로서는 외부 관찰자는 명백한 ‘외부’에 위치해 있지만, 동시에 ‘내부’인 매장에 이미 들어와 있기도 한 것이다. 형광등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출된 형광등은 보수나 유지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상적’인 이유로 내부에 위치한다. 그리고 도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 내부의 주 조도는 형광등이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형광들을 굳이 주 출입구 밖, 즉 매장의 ‘외부’까지 유출시켰다. 유리창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위의 해석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 해석이 다수 함유된 추측에 불과하다. 다만, Fashion/Anti-Fashion, Design/Not design의 키워드를 내세웠던, 그리고 혼돈스럽고 무질서한 서브컬처 & 팝, 펑크의 중심지 런던의 켄싱턴 마켓에 ‘아름다운 혼돈(Beautiful Chaos)’로 자리잡은 괴상스러운 편집 매장, Dover Street Market을 설립한 Rei Kawakubo라면... 이것 역시 억지스러운 끼워맞추기에 불과한 추측은 아닐 것 같다.


(차례로)
Fig. 18, 19, 20) Comme des Garcons, NY, 1999 by Takao Kawasaki & Ove Arrup

출처 미상



비교적 최근 매장인 99년도의 뉴욕 매장. 마찬가지로 Takao Kawasaki가 설계에 참여하고 Ove Arrup이 뉴욕 현지 담당으로 참여했다. 이 매장에서 재미있게 볼만한 점은 Fig. 20의 우측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검은색 조형물이다. 굽어진 철판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해당 구조물은 구조체라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조형물로서 매장 디자인의 한 축을 담당한다. 아쉽게도, 정확히 어떤 의도로, 누가, 왜 저런 디스플레이를 선택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본 매장의 자료를 접하는 순간, 어렵지 않게 동시대 현대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한 작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리처드 세라의 Tilted Arc이다.


Fig. 21) Tilted Arc, Richard Serra, NY, 1981
출처: Richard Serra



뉴욕의 한 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이 작품은 공공미술계에, 그리고 동시대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아’적 작품이다. 당시 광장을 지나던 다수의 행인과 뉴욕 시민들은 본 작품에 대해 굉장한 불편, 모멸감, 분노, 그리고 박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리처드 세라는 왜 광장에 커다란 구조물을 설치해서 사람들을 통행을 막으면서까지 하나의 광장을 두 개의 개별 공간으로 분할했을까. 그리고 Rei Kawakubo와 Takao Kawasaki, 그리고 Ove Arrup은 굳이 동선의 비효율, 시공적 어려움 등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조형물을 디스플레이로 채택했을까. 쉽사리 이해할 순 없지만,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모종의 연결고리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Fig. 22) Maison Margiela, Paris, 2023 by Studio Anne Holtrop
출처: 에디터 본인, Studio Anne Holtrop 인스타그램
Fig. 23) Comme des Garcons, NY, 1999 by Takao Kawasaki & Ove Arrup
출처 미상



CDG의 매장 디자인은 현재까지도 큰 영향과 영감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파리에 위치한 Maison Margiela의 매장에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구조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CDG와 리처드 세라는 단단함과 차가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나무 또는 금속 소재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23년에 준공된 Studio Anne Holtrop의 Maison Margiela의 매장 속 조형물은 푹신하고 유연해보이는 외관과 반대로 Whole-casting 공법으로 시공된 것으로 보이는 석고 재질의 구조물이었다. 마찬가지로 넓지 않은 매장에서 추가로 디스플레이가 가능한 공간과 통행을 포기하면서까지 디스플레이를 구성한 것은 두 브랜드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Fig. 24) Rei Kawakubo’s office, Rei Kawakubo, Tokyo, 198
출처: Rei Kawakubo by Vvery Negative Gucci Production



87년 당시 Rei Kawakubo의 개인 오피스 전경을 끝으로 1부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그녀는 CDG는 곧 본인이고, 본인이 곧 CDG임을 수없이 언급했다. 또한 그녀는 CDG의 디자인을 소비하는 여성이라면, 남에게 비치는 모습과 외부의 시선보다는 CDG의 디자인을 착용했을 때,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Rei Kawakubo의 뿌리깊은 운영 철학 덕에, 1부에서 살펴본 초창기 매장부터 비교적 현재에 이르는 어떤 CDG의 매장에서도 거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Fig. 24의 좌측을 보면, 불빛이 반사되어 보이는 반사체 형태의 금속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이것은 거울일까..? 만약 거울이라면, 그녀는 왜 개인 사무실만 굳이 거울을 배치했을까…? 그리고 표면은 왜 가공된, 또는 가공되지 않은 흐릿한 소재여야 했을까….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