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Eye
EDITOR : 김민준
“깔끔하고 센스있는 사진이 보기에도
깔끔하고 상품 판매 확률을 높입니다. 후X츠는 좋은 상품과 신경 써서 찍은
상품 사진을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 후X츠패밀리 상품 촬영 지침
패션은 시각적 이미지로 시작되어 무언가로 끝난다. 패션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 마무리가 무엇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시작점은 누구에게나 시각적 자극으로서의 이미지이며 그곳으로부터 우리의 모든 패션-사유가 촉발된다. 그 말인즉슨 디자이너가 누구고, 컬렉션의 주제 의식이 어떻고, 재봉은 괜찮은지, 환경친화적 소재를 사용했는지, 가타부타하는 말들은 결국 부차적인 지점에 불과하고 우선 감도 높은 이미지로 수용자를 단번에 사로잡지 못하면 옷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봤자 말짱 꽝이라는 거다. 세계 각지에서 패션 스쿨 졸업자와 신규 브랜드가 난무하고 대형 패션 하우스는 SS, FW, Resort, Pre-Fall 등 따라잡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컬렉션을 내놓는 현대 패션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미지 중심주의적 생리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따라서 패션을 예술 비스무리한 것이라 믿는 사람이든 혹은 다분히 상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든 패션에서 사진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즉 독립된 장르로서 패션 포토그래피fashion photography의 중요성은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점차 부각되어 왔으며, 이에 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패션지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믿음직스러운 포토그래퍼에게 작업을 의뢰하거나 혹은 재능 넘치는 신예 포토그래퍼를 찾아 그들의 신선함을 빌려오기도 하는 등, 근 수십 년간 사진과 패션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포토그래퍼 맥스 바두쿨Max Vadukul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196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독일의 렌즈 제작사인 자이스Zeiss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에 카메라를 일찍이 접할 수 있었다. 독학으로 사진술을 익혀가던 그는 80년대 초, 그의 나이 22살에 일본의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에 의해 캠페인 포토그래퍼로 발탁되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보그Vogue에서도 많은 작업을 수행한 그의 작업물은 역동성과 반항아적 스탠스가 묻어나는 흑백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요지 야마모토의 최상위 라인인 요지 야마모토 푸르 옴므Yohji Yamamoto Pour Homme를 포함해 와이스Y’s, 사이트S’yte 등 각 층위의 컬렉션 포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 촬영을 전담하며 요지의 총애를 듬뿍 받은 그의 작업물은 작년 Y’s와의 50주년 기념 공식 협업으로 꽃을 맺는다. 사진은 맥스의 다양한 사진을 활용해 변형시킨 그래픽을 디지털 프린트한 협업 제품들. 지금껏 요지가 쌓아온 방대한 디자인 아카이브의 이면에는 조력자로서의 맥스의 역할이 지대했으며 그와 요지의 동행은 23FW 시즌이 우리를 스쳐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율리아 헤타Julia Hetta는 1972년 스웨덴 태생의 포토그래퍼다. 상당히 고전적이며 회화적인 컬러 팔레트의 사용이 돋보이는 사진 작업물을 선보이는 그녀는 암스테르담의 예술 전문학교인 게릿 리트벨트Gerrit Rietveld 아트 아카데미를 졸업했는데, 그 덕인지 사진에서 렘브란트로 대표되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회화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보그 이탈리아, 브리티쉬 보그 등의 잡지와 꾸준히 함께했고 구찌Gucci, 디올Dior,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질 샌더Jil Sander 등 유력 패션 하우스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스웨덴 출신답게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에도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아 온 포토그래퍼라는 뜻이겠다.
율리아의 사진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물은 디올의 19-20 AW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컬렉션의 진행에서 선보인 화보. 흐릿하게 포착한 피사체에 차분함과 평온함, 그리고 내면적 동물성을 불어넣으며 디올 하우스 특유의 우아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올해 초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 연구소에서 진행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60년 디자인사를 조망하는 전시 <Karl Lagerfeld: A Line of Beauty>의 사진과 카탈로그 작업을 전담하며 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율리아 헤타가 키우는 제자가 한 명 있는데, 일본의 포토그래퍼 야타가이 신谷田貝慎이다. 릿쿄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유화를 공부한 그는 요지 야마모토에서의 커리어를 거쳐 사진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고 (요지에서 무슨 일을 담당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WWD 등의 잡지에 작업물을 선보이며 릭 오웬스Rick Owens, 사카이Sacai, 율리우스Julius의 러브콜을 받았고 마히토 모토요시Mahito Motoyoshi, 후미에 다나카Fumie Tanaka, 차훙 수Chiahung Su 등 각지의 신예 디자이너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최근 요지 야마모토 와일드사이드Yohji Yamamoto Wildside와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있는 키에 아인젤갱어Kié Einzelgänger의 컬렉션 포토 또한 야타가이 신의 카메라를 거쳤다. 양대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인 1920~30년대 사회상을 근간으로 본인의 창의성을 다크웨어 안에 녹여내는 디자이너 키에 리Kié Lee의 매력을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의 사진 작업을 통해 능숙하게 풀어냈다. 작업물 전반의 외면적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태적이지만 내부 서사에는 동태적인 에너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의 스승 율리아 헤타의 사진과 공통 분모를 갖는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축복이지 않을 수 없다.
사라 반 라이Sarah Van Rij 또한 패션계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1990년 네덜란드 태생의 포토그래퍼로 작업물에서 초현실주의의 향기가 잔뜩 풍겨온다. 대상의 과감한 생략과 흐릿한 이미지의 중첩, 원근법의 의도적 파괴, 그림자와 반사된 형상의 포착이 두드러지는 위트있는 사진을 선보이는 그녀의 작업은 자크뮈스Jacquemus 그리고 에르메스Hermès와 함께 진행한 협업 화보, 그리고 디올과 함께한 작업에서도 빛을 발한다. 인터뷰에 따르면 스물두 살에 처음 카메라를 잡아봤다고 한다.
그녀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에서 꾸준히 선보이는 패션 아이Fashion Eye 포토그래피 시리즈 중 서울 편을 담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포토 북의 출간을 기념해 회현동 피크닉에서 조그맣게 전시가 열렸으며 ofr 서울에서 북 사이닝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나도 사이닝에 참여했는데 포토 북이 끔찍하게 비쌌던 기억이…) 또 개인적으로 물어봤는데 사진 촬영에는 자이스(위에서 언급한 맥스 바두쿨의 아버지가 일하던 회사다)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와 아이폰(!)을 주로 사용한다고. 정말이지 아이폰은 여러 측면에서 훌륭한 카메라이며 그녀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포토그래퍼다.
암스테르담에는 좋은 포토그래퍼가 많다. 빈센트 반 더 바인카르트Vincent van de Wijngaard 또한 네덜란드 출생의 포토그래퍼다. (발음이 맞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 본래 음악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이윽고 사진계에 뛰어든 그의 작업물에서 드러나는 톤 다운된 절제미는 럭셔리 하우스의 유려함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그릇으로 느껴진다. 에르메스, 루이 비통, 디올과 함께한 협업 작업물에서 그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빈센트 반 더 바인카르트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기하학적 배경 구조에 대한 집착이나 짙은 명암 대비, 은밀하게 포착된 피사체로부터 전해지는 생동감의 일면에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의 사진 작업이 떠오르기도 한다. (확실히 회화나 디자인을 먼저 배우고 사진으로 넘어온 사람들에게는 조형적 감각이 내재되어 있다) 그는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해왔는데, 대표적으로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의 14FW 파리 런웨이에 사용된 필름을 디렉팅했다. 어린 시절 양부모와 함께 떠나온 콜롬비아를 다시금 방문하는 하이더 아커만의 모습에서 주제 의식을 포착하여 이를 그만의 차분하고도 따뜻한 색감으로 풀어낸 짧은 필름이다. 유튜브에는 업로드 되어있지 않으며 링크에 접속해서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프랑스의 포토그래퍼 피에르 드뷔셰Pierre Debusschere로, 그는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해왔으며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 Y-3, 루이 비통, YSL, 휴고 보스Hugo Boss, 자라Zara에 이르기까지 클라이언트를 가리지않고 전천후로 활동해온 잔뼈 굵은 포토그래퍼다. (돈만 적절히 쥐여주면 스케이트 필름마저 찍을 기세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해 보면 마르텡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에 대한 그의 깊은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영향인지 모델의 얼굴에 패브릭을 감싼다거나 마스크를 씌우고, 페인트를 덧칠하고, 장식물을 더하는 등 전위성을 자아내는 사진 작업을 다수 시도하는 모습이다. 몇몇 작업물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회화에서 느껴지는 원초적 강렬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피에르 드뷔셰는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이 구성을 담당한 잡지『A Magazine Curated By Iris van Herpen』편에 빈센트 반 더 바인카르트와 함께 컨트리뷰터로 참여했다. 또한 필름 디렉터로도 활동하며 비욘세Beyoncé 그리고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뮤직비디오를 몇 편 촬영하기도 했다. (그게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포토그래퍼를 디깅하는 과정에서의 팁을 하나 풀어보자면, 포르메 덱스프레시옹Forme d’Expression이 그들의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들을 슥 뒤져보라. 이 판에서 요즘 난다긴다하는 걸출한 포토그래퍼들은 이미 그들이 전부 섭렵하고 있다. 물론 각자 평소 좋아해온 브랜드나 디자이너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포토그래퍼를 위주로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가장 주요한 방법이겠다.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해온 포토그래퍼들을 쭉 늘어놓고 작업물을 비교해 보니 어쩐지 느낌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기는 하다만…
다시금 생각하지만 패션계에서 감도 높은 이미지의 생산 능력만큼 브랜드의 생명과 직결되는 지점은 없고 별 일이 없다면 패션과 사진의 (기묘하고도 필연적인)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훌륭한 옷을 제작하더라도 이미지를 형편없이 내놓는다면 외면받고, 옷은 그럭저럭 수준이더라도 룩북만 멋드러지게 찍어내면 어떻게든 팔려나가는 곳이 이 시장이다. 그리고 그건 패션을 흥미롭게 만든다.
- 후X츠패밀리 상품 촬영 지침
패션은 시각적 이미지로 시작되어 무언가로 끝난다. 패션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 마무리가 무엇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시작점은 누구에게나 시각적 자극으로서의 이미지이며 그곳으로부터 우리의 모든 패션-사유가 촉발된다. 그 말인즉슨 디자이너가 누구고, 컬렉션의 주제 의식이 어떻고, 재봉은 괜찮은지, 환경친화적 소재를 사용했는지, 가타부타하는 말들은 결국 부차적인 지점에 불과하고 우선 감도 높은 이미지로 수용자를 단번에 사로잡지 못하면 옷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봤자 말짱 꽝이라는 거다. 세계 각지에서 패션 스쿨 졸업자와 신규 브랜드가 난무하고 대형 패션 하우스는 SS, FW, Resort, Pre-Fall 등 따라잡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컬렉션을 내놓는 현대 패션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미지 중심주의적 생리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따라서 패션을 예술 비스무리한 것이라 믿는 사람이든 혹은 다분히 상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든 패션에서 사진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즉 독립된 장르로서 패션 포토그래피fashion photography의 중요성은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점차 부각되어 왔으며, 이에 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패션지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믿음직스러운 포토그래퍼에게 작업을 의뢰하거나 혹은 재능 넘치는 신예 포토그래퍼를 찾아 그들의 신선함을 빌려오기도 하는 등, 근 수십 년간 사진과 패션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포토그래퍼 맥스 바두쿨Max Vadukul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196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독일의 렌즈 제작사인 자이스Zeiss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에 카메라를 일찍이 접할 수 있었다. 독학으로 사진술을 익혀가던 그는 80년대 초, 그의 나이 22살에 일본의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에 의해 캠페인 포토그래퍼로 발탁되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보그Vogue에서도 많은 작업을 수행한 그의 작업물은 역동성과 반항아적 스탠스가 묻어나는 흑백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요지 야마모토의 최상위 라인인 요지 야마모토 푸르 옴므Yohji Yamamoto Pour Homme를 포함해 와이스Y’s, 사이트S’yte 등 각 층위의 컬렉션 포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 촬영을 전담하며 요지의 총애를 듬뿍 받은 그의 작업물은 작년 Y’s와의 50주년 기념 공식 협업으로 꽃을 맺는다. 사진은 맥스의 다양한 사진을 활용해 변형시킨 그래픽을 디지털 프린트한 협업 제품들. 지금껏 요지가 쌓아온 방대한 디자인 아카이브의 이면에는 조력자로서의 맥스의 역할이 지대했으며 그와 요지의 동행은 23FW 시즌이 우리를 스쳐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율리아 헤타Julia Hetta는 1972년 스웨덴 태생의 포토그래퍼다. 상당히 고전적이며 회화적인 컬러 팔레트의 사용이 돋보이는 사진 작업물을 선보이는 그녀는 암스테르담의 예술 전문학교인 게릿 리트벨트Gerrit Rietveld 아트 아카데미를 졸업했는데, 그 덕인지 사진에서 렘브란트로 대표되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회화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보그 이탈리아, 브리티쉬 보그 등의 잡지와 꾸준히 함께했고 구찌Gucci, 디올Dior,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질 샌더Jil Sander 등 유력 패션 하우스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스웨덴 출신답게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에도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아 온 포토그래퍼라는 뜻이겠다.
율리아의 사진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물은 디올의 19-20 AW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컬렉션의 진행에서 선보인 화보. 흐릿하게 포착한 피사체에 차분함과 평온함, 그리고 내면적 동물성을 불어넣으며 디올 하우스 특유의 우아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올해 초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 연구소에서 진행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60년 디자인사를 조망하는 전시 <Karl Lagerfeld: A Line of Beauty>의 사진과 카탈로그 작업을 전담하며 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율리아 헤타가 키우는 제자가 한 명 있는데, 일본의 포토그래퍼 야타가이 신谷田貝慎이다. 릿쿄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유화를 공부한 그는 요지 야마모토에서의 커리어를 거쳐 사진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고 (요지에서 무슨 일을 담당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WWD 등의 잡지에 작업물을 선보이며 릭 오웬스Rick Owens, 사카이Sacai, 율리우스Julius의 러브콜을 받았고 마히토 모토요시Mahito Motoyoshi, 후미에 다나카Fumie Tanaka, 차훙 수Chiahung Su 등 각지의 신예 디자이너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최근 요지 야마모토 와일드사이드Yohji Yamamoto Wildside와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있는 키에 아인젤갱어Kié Einzelgänger의 컬렉션 포토 또한 야타가이 신의 카메라를 거쳤다. 양대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인 1920~30년대 사회상을 근간으로 본인의 창의성을 다크웨어 안에 녹여내는 디자이너 키에 리Kié Lee의 매력을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의 사진 작업을 통해 능숙하게 풀어냈다. 작업물 전반의 외면적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태적이지만 내부 서사에는 동태적인 에너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의 스승 율리아 헤타의 사진과 공통 분모를 갖는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축복이지 않을 수 없다.
사라 반 라이Sarah Van Rij 또한 패션계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1990년 네덜란드 태생의 포토그래퍼로 작업물에서 초현실주의의 향기가 잔뜩 풍겨온다. 대상의 과감한 생략과 흐릿한 이미지의 중첩, 원근법의 의도적 파괴, 그림자와 반사된 형상의 포착이 두드러지는 위트있는 사진을 선보이는 그녀의 작업은 자크뮈스Jacquemus 그리고 에르메스Hermès와 함께 진행한 협업 화보, 그리고 디올과 함께한 작업에서도 빛을 발한다. 인터뷰에 따르면 스물두 살에 처음 카메라를 잡아봤다고 한다.
그녀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에서 꾸준히 선보이는 패션 아이Fashion Eye 포토그래피 시리즈 중 서울 편을 담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포토 북의 출간을 기념해 회현동 피크닉에서 조그맣게 전시가 열렸으며 ofr 서울에서 북 사이닝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나도 사이닝에 참여했는데 포토 북이 끔찍하게 비쌌던 기억이…) 또 개인적으로 물어봤는데 사진 촬영에는 자이스(위에서 언급한 맥스 바두쿨의 아버지가 일하던 회사다)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와 아이폰(!)을 주로 사용한다고. 정말이지 아이폰은 여러 측면에서 훌륭한 카메라이며 그녀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포토그래퍼다.
암스테르담에는 좋은 포토그래퍼가 많다. 빈센트 반 더 바인카르트Vincent van de Wijngaard 또한 네덜란드 출생의 포토그래퍼다. (발음이 맞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 본래 음악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이윽고 사진계에 뛰어든 그의 작업물에서 드러나는 톤 다운된 절제미는 럭셔리 하우스의 유려함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그릇으로 느껴진다. 에르메스, 루이 비통, 디올과 함께한 협업 작업물에서 그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빈센트 반 더 바인카르트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기하학적 배경 구조에 대한 집착이나 짙은 명암 대비, 은밀하게 포착된 피사체로부터 전해지는 생동감의 일면에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의 사진 작업이 떠오르기도 한다. (확실히 회화나 디자인을 먼저 배우고 사진으로 넘어온 사람들에게는 조형적 감각이 내재되어 있다) 그는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해왔는데, 대표적으로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의 14FW 파리 런웨이에 사용된 필름을 디렉팅했다. 어린 시절 양부모와 함께 떠나온 콜롬비아를 다시금 방문하는 하이더 아커만의 모습에서 주제 의식을 포착하여 이를 그만의 차분하고도 따뜻한 색감으로 풀어낸 짧은 필름이다. 유튜브에는 업로드 되어있지 않으며 링크에 접속해서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프랑스의 포토그래퍼 피에르 드뷔셰Pierre Debusschere로, 그는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해왔으며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 Y-3, 루이 비통, YSL, 휴고 보스Hugo Boss, 자라Zara에 이르기까지 클라이언트를 가리지않고 전천후로 활동해온 잔뼈 굵은 포토그래퍼다. (돈만 적절히 쥐여주면 스케이트 필름마저 찍을 기세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해 보면 마르텡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에 대한 그의 깊은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영향인지 모델의 얼굴에 패브릭을 감싼다거나 마스크를 씌우고, 페인트를 덧칠하고, 장식물을 더하는 등 전위성을 자아내는 사진 작업을 다수 시도하는 모습이다. 몇몇 작업물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회화에서 느껴지는 원초적 강렬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피에르 드뷔셰는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이 구성을 담당한 잡지『A Magazine Curated By Iris van Herpen』편에 빈센트 반 더 바인카르트와 함께 컨트리뷰터로 참여했다. 또한 필름 디렉터로도 활동하며 비욘세Beyoncé 그리고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뮤직비디오를 몇 편 촬영하기도 했다. (그게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포토그래퍼를 디깅하는 과정에서의 팁을 하나 풀어보자면, 포르메 덱스프레시옹Forme d’Expression이 그들의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들을 슥 뒤져보라. 이 판에서 요즘 난다긴다하는 걸출한 포토그래퍼들은 이미 그들이 전부 섭렵하고 있다. 물론 각자 평소 좋아해온 브랜드나 디자이너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포토그래퍼를 위주로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가장 주요한 방법이겠다.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해온 포토그래퍼들을 쭉 늘어놓고 작업물을 비교해 보니 어쩐지 느낌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기는 하다만…
다시금 생각하지만 패션계에서 감도 높은 이미지의 생산 능력만큼 브랜드의 생명과 직결되는 지점은 없고 별 일이 없다면 패션과 사진의 (기묘하고도 필연적인)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훌륭한 옷을 제작하더라도 이미지를 형편없이 내놓는다면 외면받고, 옷은 그럭저럭 수준이더라도 룩북만 멋드러지게 찍어내면 어떻게든 팔려나가는 곳이 이 시장이다. 그리고 그건 패션을 흥미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