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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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김민준
“깔끔하고 센스있는 사진이 보기에도 깔끔하고 상품 판매 확률을 높입니다. 후X츠는 좋은 상품과 신경 써서 찍은 상품 사진을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 후X츠패밀리 상품 촬영 지침
패션은 시각적 이미지로 시작되어 무언가로 끝난다. 패션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 마무리가 무엇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시작점은 누구에게나 시각적 자극으로서의 이미지이며 그곳으로부터 우리의 모든 패션-사유가 촉발된다. 그 말인즉슨 디자이너가 누구고, 컬렉션의 주제 의식이 어떻고, 재봉은 괜찮은지, 환경친화적 소재를 사용했는지, 가타부타하는 말들은 결국 부차적인 지점에 불과하고 우선 감도 높은 이미지로 수용자를 단번에 사로잡지 못하면 옷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봤자 말짱 꽝이라는 거다. 세계 각지에서 패션 스쿨 졸업자와 신규 브랜드가 난무하고 대형 패션 하우스는 SS, FW, Resort, Pre-Fall 등 따라잡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컬렉션을 내놓는 현대 패션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미지 중심주의적 생리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따라서 패션을 예술 비스무리한 것이라 믿는 사람이든 혹은 다분히 상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든 패션에서 사진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즉 독립된 장르로서 패션 포토그래피fashion photography의 중요성은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점차 부각되어 왔으며, 이에 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패션지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믿음직스러운 포토그래퍼에게 작업을 의뢰하거나 혹은 재능 넘치는 신예 포토그래퍼를 찾아 그들의 신선함을 빌려오기도 하는 등, 근 수십 년간 사진과 패션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포토그래퍼 맥스 바두쿨Max Vadukul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196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독일의 렌즈 제작사인 자이스Zeiss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에 카메라를 일찍이 접할 수 있었다. 독학으로 사진술을 익혀가던 그는 80년대 초, 그의 나이 22살에 일본의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에 의해 캠페인 포토그래퍼로 발탁되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보그Vogue에서도 많은 작업을 수행한 그의 작업물은 역동성과 반항아적 스탠스가 묻어나는 흑백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 후X츠패밀리 상품 촬영 지침
패션은 시각적 이미지로 시작되어 무언가로 끝난다. 패션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 마무리가 무엇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시작점은 누구에게나 시각적 자극으로서의 이미지이며 그곳으로부터 우리의 모든 패션-사유가 촉발된다. 그 말인즉슨 디자이너가 누구고, 컬렉션의 주제 의식이 어떻고, 재봉은 괜찮은지, 환경친화적 소재를 사용했는지, 가타부타하는 말들은 결국 부차적인 지점에 불과하고 우선 감도 높은 이미지로 수용자를 단번에 사로잡지 못하면 옷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봤자 말짱 꽝이라는 거다. 세계 각지에서 패션 스쿨 졸업자와 신규 브랜드가 난무하고 대형 패션 하우스는 SS, FW, Resort, Pre-Fall 등 따라잡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컬렉션을 내놓는 현대 패션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미지 중심주의적 생리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따라서 패션을 예술 비스무리한 것이라 믿는 사람이든 혹은 다분히 상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든 패션에서 사진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즉 독립된 장르로서 패션 포토그래피fashion photography의 중요성은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점차 부각되어 왔으며, 이에 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패션지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믿음직스러운 포토그래퍼에게 작업을 의뢰하거나 혹은 재능 넘치는 신예 포토그래퍼를 찾아 그들의 신선함을 빌려오기도 하는 등, 근 수십 년간 사진과 패션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포토그래퍼 맥스 바두쿨Max Vadukul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196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독일의 렌즈 제작사인 자이스Zeiss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에 카메라를 일찍이 접할 수 있었다. 독학으로 사진술을 익혀가던 그는 80년대 초, 그의 나이 22살에 일본의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에 의해 캠페인 포토그래퍼로 발탁되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보그Vogue에서도 많은 작업을 수행한 그의 작업물은 역동성과 반항아적 스탠스가 묻어나는 흑백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요지 야마모토의 최상위 라인인 요지 야마모토 푸르 옴므Yohji Yamamoto Pour Homme를 포함해 와이스Y’s, 사이트S’yte 등 각 층위의 컬렉션 포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 촬영을 전담하며 요지의 총애를 듬뿍 받은 그의 작업물은 작년 Y’s와의 50주년 기념 공식 협업으로 꽃을 맺는다. 사진은 맥스의 다양한 사진을 활용해 변형시킨 그래픽을 디지털 프린트한 협업 제품들. 지금껏 요지가 쌓아온 방대한 디자인 아카이브의 이면에는 조력자로서의 맥스의 역할이 지대했으며 그와 요지의 동행은 23FW 시즌이 우리를 스쳐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율리아 헤타Julia Hetta는 1972년 스웨덴 태생의 포토그래퍼다. 상당히 고전적이며 회화적인 컬러 팔레트의 사용이 돋보이는 사진 작업물을 선보이는 그녀는 암스테르담의 예술 전문학교인 게릿 리트벨트Gerrit Rietveld 아트 아카데미를 졸업했는데, 그 덕인지 사진에서 렘브란트로 대표되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회화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보그 이탈리아, 브리티쉬 보그 등의 잡지와 꾸준히 함께했고 구찌Gucci, 디올Dior,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질 샌더Jil Sander 등 유력 패션 하우스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스웨덴 출신답게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에도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아 온 포토그래퍼라는 뜻이겠다.
율리아의 사진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물은 디올의 19-20 AW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컬렉션의 진행에서 선보인 화보. 흐릿하게 포착한 피사체에 차분함과 평온함, 그리고 내면적 동물성을 불어넣으며 디올 하우스 특유의 우아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올해 초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 연구소에서 진행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60년 디자인사를 조망하는 전시 <Karl Lagerfeld: A Line of Beauty>의 사진과 카탈로그 작업을 전담하며 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율리아 헤타가 키우는 제자가 한 명 있는데, 일본의 포토그래퍼 야타가이 신谷田貝慎이다. 릿쿄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유화를 공부한 그는 요지 야마모토에서의 커리어를 거쳐 사진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고 (요지에서 무슨 일을 담당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WWD 등의 잡지에 작업물을 선보이며 릭 오웬스Rick Owens, 사카이Sacai, 율리우스Julius의 러브콜을 받았고 마히토 모토요시Mahito Motoyoshi, 후미에 다나카Fumie Tanaka, 차훙 수Chiahung Su 등 각지의 신예 디자이너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최근 요지 야마모토 와일드사이드Yohji Yamamoto Wildside와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있는 키에 아인젤갱어Kié Einzelgänger의 컬렉션 포토 또한 야타가이 신의 카메라를 거쳤다. 양대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인 1920~30년대 사회상을 근간으로 본인의 창의성을 다크웨어 안에 녹여내는 디자이너 키에 리Kié Lee의 매력을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의 사진 작업을 통해 능숙하게 풀어냈다. 작업물 전반의 외면적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태적이지만 내부 서사에는 동태적인 에너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의 스승 율리아 헤타의 사진과 공통 분모를 갖는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축복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