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 Hyeong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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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박가진
WEDITOR 박가진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결코 인간이라 불릴 수 없는 것들. 인간은 본인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정의할 할 필요가 있다. ‘기계와
달리 공감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상태를 보고 분석하여 자신의 기억 속 가장 비슷한 경험을 찾는다. 그리고 그 상황 속 자신을 다시 한번 뇌에 전사한다. ‘기계와 달리.’ 위 과정에서 코딩으로 불가능 한 부분은 없다. 인간임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기점은 불협이다. 화기애애한 대화 중에는 상대가 인간임을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언행에 의해 상처를 입을 때, 그런 순간에
내가 인간과 대화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인간의 회로의 짜임은 개인의 삶에서 비롯된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도 그를 완벽하게 경험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원래 한 몸이었던 어머니의 회로도 자식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미세한 차이에서 튀는 스파크가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해낸다. 인간답다. = 결함이 있다. 패션계에
등장한 인간미 없는, 그저 완벽하기 위해 창조된 인형들. 철저히
계산된 아름다움을 지닌 것들은 그 어떤 살아있는 존재보다 환영받을 가치가 있다.
2025년 6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와 패션 인형 브랏츠Bratz가 만났다. 이번 콜라보에서는 브랏츠가 기존에 추구하던 2000년대 초반의 Y2K 감성과 하이패션의 융합을 안경과 아이웨어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총 21가지 디자인의 콜라보 아이웨어를 출시했으며 이중 ‘PICO’ 모델이 브랏츠와의 협업 제품이다. 별의 실루엣을 더한 안경테에 라이트 퍼플에서 실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색 조합은 시선을 사로잡는 장난스러운 매력을 풍긴다. 아이웨어 구매자에게 한정 수량으로 제공되는 브랏츠 미니 인형 키링도 같은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착용하고 있다. 광택이 나는 연보라색 보디슈트와 힐 그리고 브랏츠의 상징과도 같은 퍼 코트를 착용한 브랏츠를 본 팬들은 “인형만 따로 사고 싶어도 안 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젠틀몬스터는 항상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인 협업으로 화제를 모아 왔다. 다문화적이고 대담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랏츠와의 만남은 자기표현과 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지지와 패션을 통한 새로운 자아 확장으로 마케팅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다.
브랏츠 이전에도 패션계에 등장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형이 있다. 바바라 밀리센트 로버츠Barbara Millicent Roberts, 바비Barbie는 1959년 미국 완구회사 매텔Mattel에서 출시된 패션 인형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형이라 할 수 있는 바비는 과거 “뚱뚱한 바비는 있을 수 없다”라는 엄격한 틀 안에 존재하는 이상적 여성상을 고집하였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인종, 체형, 스타일, 직업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성별까지도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매텔사의 시도들을 통해 현재의 바비는 여자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 여성의 자아실현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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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는 하이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패션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망Balmain, 모스키노Moschino, 칼라거펠트Karl Lagerfeld, 장폴고티에Jean Paul Gaultier, 비비안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및 브랜드와의 협업은 인형이라는 장난감을 하나의 럭셔리 오브제로 격상시켰다. 한정판 인형 제작, 런웨이 패션 반영, 컬렉션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 협업들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틀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과 현대적 미학을 담은 시도다. 강렬한 핑크 컬러 곁에서 엘리트 패션과 일상의 경계선은 일시적으로나마 감색되었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인형을 사랑한다. 인형에 대한 애착은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형과 자아의 선후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형이 자아를 선행하는 경우에서 인간은 외부 자극을 통해 기존의 사고 속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준과 사고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며, 부모님과 사회가 원하는구나’. 아직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의 경우 ‘나’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객체인 ‘인형’이 갖고 있는 외모, 성격, 역할과 이를 포괄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자신의 우상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바비 인형의 ‘얇고 완벽한’ 이미지가 절대적 미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런 수동적 내면화 과정에서 아이는 사회적 규범과 이상형에 맞추어 자신의 자아상을 조정하게 되는데 때로는 이 이상의 기준이 신체 이미지를 왜곡시킬 정도로 폭력적일 수 있다. 이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과한 압박 속에 자신을 가두는 신체 왜곡 등의 심리적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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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ettel
이와 반대로 자아가 인형을 선행하는 경우에 우리는 인형을 자기 확장의 수단으로 설계한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인형, 심지어는 자신과 외형과 행동양식까지 닮은 자녀를 담은 게시물들. 자신과 닮은 무언가를 향한 갈망은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체성과 선호 욕구는 선천적인 것임을 전제하고 인형(도구)을 통해 내재되어 있는 우상과 역할 자아상을 실험하고 창조한다. 가장 간단한 예시는 취향대로 인형을 꾸미거나 이름과 성격을 부여하는 행위들이 있다. 개인 맞춤형 이상화와 견고한 역학 모델을 창조하면서 주도적으로 자아를 형성하고 확장시키는 자기표현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이 인형 놀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든 모든 인간의 회로를 통일시킬 수는 없으니까.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다른 스타일의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사회적 규범을 수동적 내재화를 한 인간의 억압된 자아 표출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아와 인형의 선행과 후행이 아닌 둘의 순환적 동시적 작용 모델. 아무래도 프릴 가득한 바로크풍 드레스를 사회에서 입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흔히 말하는 대리 만족, 인형이 직접 이룰 수 없는 욕망이나 이상을 대리로 경험하게 해주면서 심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내면 갈등을 잠재워 줄 수 있다.
위의 사고는 인형을 소비자인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려 한 시도들이다. 하지만 이를 인형의 본 목적으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창작가의 작품으로서의 인형은 아이에게 끼칠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 바비 인형의 창작자 루스 핸들러Ruth Marianna Handler는 자신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형상화했을 뿐, 이가 성공한 여성상으로 각종 미디어에 재생산되길 바란 것이 아니었다. 예술작품은 언제나 대중의 해석과 반응에 따라 창작자의 의도 외의 의미와 영향력을 가져왔기에, 창작자의 ‘표현’과 대중의 ‘수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완벽함은 나의 완벽함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것에서 신적인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은 또 이를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오만한 생각이다. 단편적인 아름다움을 맹신하는 건 인간을 신으로 올려치기 하는 것이자 인간의 본질인 결함을 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대적인 신, 창조의 에너지, 사실 이렇게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그자가 나를 낳은 물리적 창조주도 아닌데, 한 평생 다른 밥 먹고 산 사람의 입맛을 맹신할 이유는 없다. “매워 죽겠어요”라고 하는데 손에 들린 건 파란색 진라면인 느낌. 사실 이 글은 결론을 염두에 두고 쌓아 올린 글이 아니다. 그냥 이런 생각에서 저런 생각으로 흐르는 한 인간의 사고 회로를 나열한 것 뿐, 그게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요.
“ .”
2025년 6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와 패션 인형 브랏츠Bratz가 만났다. 이번 콜라보에서는 브랏츠가 기존에 추구하던 2000년대 초반의 Y2K 감성과 하이패션의 융합을 안경과 아이웨어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총 21가지 디자인의 콜라보 아이웨어를 출시했으며 이중 ‘PICO’ 모델이 브랏츠와의 협업 제품이다. 별의 실루엣을 더한 안경테에 라이트 퍼플에서 실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색 조합은 시선을 사로잡는 장난스러운 매력을 풍긴다. 아이웨어 구매자에게 한정 수량으로 제공되는 브랏츠 미니 인형 키링도 같은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착용하고 있다. 광택이 나는 연보라색 보디슈트와 힐 그리고 브랏츠의 상징과도 같은 퍼 코트를 착용한 브랏츠를 본 팬들은 “인형만 따로 사고 싶어도 안 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Photo by Gentle Monster
젠틀몬스터는 항상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인 협업으로 화제를 모아 왔다. 다문화적이고 대담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랏츠와의 만남은 자기표현과 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한 지지와 패션을 통한 새로운 자아 확장으로 마케팅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다.
브랏츠 이전에도 패션계에 등장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형이 있다. 바바라 밀리센트 로버츠Barbara Millicent Roberts, 바비Barbie는 1959년 미국 완구회사 매텔Mattel에서 출시된 패션 인형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형이라 할 수 있는 바비는 과거 “뚱뚱한 바비는 있을 수 없다”라는 엄격한 틀 안에 존재하는 이상적 여성상을 고집하였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인종, 체형, 스타일, 직업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성별까지도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매텔사의 시도들을 통해 현재의 바비는 여자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 여성의 자아실현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Photo by Balmain
바비는 하이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패션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망Balmain, 모스키노Moschino, 칼라거펠트Karl Lagerfeld, 장폴고티에Jean Paul Gaultier, 비비안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및 브랜드와의 협업은 인형이라는 장난감을 하나의 럭셔리 오브제로 격상시켰다. 한정판 인형 제작, 런웨이 패션 반영, 컬렉션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 협업들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틀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과 현대적 미학을 담은 시도다. 강렬한 핑크 컬러 곁에서 엘리트 패션과 일상의 경계선은 일시적으로나마 감색되었다.


Karl Lagerfeld Barbie Doll 2014 Platinum Label
#568/999
Photo by Patrick Kovarik / AFP
Photo by Patrick Kovarik / AFP


Moschino Barbie® Doll 2014
Photo by BarbieStyle / Mattel
Photo by BarbieStyle / Mattel




(시계방향으로)
1. Barbie and Ken Jean-Paul Gautier, 1985
2. Life Ball Barbie Vivienne Westwood 1998
1. Barbie and Ken Jean-Paul Gautier, 1985
2. Life Ball Barbie Vivienne Westwood 1998
3. ‘New Look’ costume by Christian
Dior, made by Mattel in 1947
4. Anna Sui Barbie 2006
4. Anna Sui Barbie 2006
Photo by Mettel / Getty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인형을 사랑한다. 인형에 대한 애착은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형과 자아의 선후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형이 자아를 선행하는 경우에서 인간은 외부 자극을 통해 기존의 사고 속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준과 사고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며, 부모님과 사회가 원하는구나’. 아직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의 경우 ‘나’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객체인 ‘인형’이 갖고 있는 외모, 성격, 역할과 이를 포괄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자신의 우상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바비 인형의 ‘얇고 완벽한’ 이미지가 절대적 미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런 수동적 내면화 과정에서 아이는 사회적 규범과 이상형에 맞추어 자신의 자아상을 조정하게 되는데 때로는 이 이상의 기준이 신체 이미지를 왜곡시킬 정도로 폭력적일 수 있다. 이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과한 압박 속에 자신을 가두는 신체 왜곡 등의 심리적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Photo by Mettel
이와 반대로 자아가 인형을 선행하는 경우에 우리는 인형을 자기 확장의 수단으로 설계한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인형, 심지어는 자신과 외형과 행동양식까지 닮은 자녀를 담은 게시물들. 자신과 닮은 무언가를 향한 갈망은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체성과 선호 욕구는 선천적인 것임을 전제하고 인형(도구)을 통해 내재되어 있는 우상과 역할 자아상을 실험하고 창조한다. 가장 간단한 예시는 취향대로 인형을 꾸미거나 이름과 성격을 부여하는 행위들이 있다. 개인 맞춤형 이상화와 견고한 역학 모델을 창조하면서 주도적으로 자아를 형성하고 확장시키는 자기표현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이 인형 놀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든 모든 인간의 회로를 통일시킬 수는 없으니까.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다른 스타일의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사회적 규범을 수동적 내재화를 한 인간의 억압된 자아 표출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아와 인형의 선행과 후행이 아닌 둘의 순환적 동시적 작용 모델. 아무래도 프릴 가득한 바로크풍 드레스를 사회에서 입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흔히 말하는 대리 만족, 인형이 직접 이룰 수 없는 욕망이나 이상을 대리로 경험하게 해주면서 심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내면 갈등을 잠재워 줄 수 있다.
위의 사고는 인형을 소비자인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려 한 시도들이다. 하지만 이를 인형의 본 목적으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창작가의 작품으로서의 인형은 아이에게 끼칠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 바비 인형의 창작자 루스 핸들러Ruth Marianna Handler는 자신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형상화했을 뿐, 이가 성공한 여성상으로 각종 미디어에 재생산되길 바란 것이 아니었다. 예술작품은 언제나 대중의 해석과 반응에 따라 창작자의 의도 외의 의미와 영향력을 가져왔기에, 창작자의 ‘표현’과 대중의 ‘수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완벽함은 나의 완벽함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것에서 신적인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은 또 이를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오만한 생각이다. 단편적인 아름다움을 맹신하는 건 인간을 신으로 올려치기 하는 것이자 인간의 본질인 결함을 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대적인 신, 창조의 에너지, 사실 이렇게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그자가 나를 낳은 물리적 창조주도 아닌데, 한 평생 다른 밥 먹고 산 사람의 입맛을 맹신할 이유는 없다. “매워 죽겠어요”라고 하는데 손에 들린 건 파란색 진라면인 느낌. 사실 이 글은 결론을 염두에 두고 쌓아 올린 글이 아니다. 그냥 이런 생각에서 저런 생각으로 흐르는 한 인간의 사고 회로를 나열한 것 뿐, 그게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