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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이서영


©Sexisdeath


“Schyeah”, "Waeh" —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의 대표적인 사운드다.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기계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독특한 사운드는 그의 음악이 단순한 힙합을 넘어선 감각적 실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그저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릴 수 있지만, 카티의 곡 안에서는 이 모든 요소가 마치 골동품을 모아 기이하면서도 기념비적인 쓰레기 성을 쌓아 올리듯, 하나의 질서 속에서 정교하게 편집된다.

플레이보이 카티의 무대는 정제되지 않은 분노, 절제 없는 이미지, 비명처럼 터져 나오는 본능이 뒤엉킨 불온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가 선보이는 음악과 스타일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넘어서는 새로운 감각의 미학적 충돌을 응축한다.

그리고 그 충돌의 중심에는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하나의 스타일로 승화시킨 인물,  

바로 Sexisdeath가 있다.




2024년, 플레이보이 카티의 ‘Backrooms’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며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의 카티를 마주하게 되었다.

2020년의 ‘Whole Lotta Red’ 시절 카티는 힙합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실험적인 인물이자 펑크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뱀파이어에서 영감을 받은 붉은색 커버, 고딕 록 밴드처럼 분장한 무대 스타일, 무질서하고 반복적인 비트 위에 날것 그대로 내뱉는 랩은 기존 힙합과는 결이 달랐지만, 여전히 ‘카티’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었다.

반면, 2024년의 ‘Backrooms’는 한층 은밀하고 해체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한다. 영상 속 카티는 더 이상 ‘주체’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시각적 주도권을 일정 부분 넘기며 ‘자아의 해체’라는 실험을 감행한다.



Sexisdeath
2020년의 카티가 “자신을 외치는 존재”였다면, 2024년의 카티는 “자신을 해체하는 이미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그의 고딕하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exisdeath, 본명 로즈마리 요한슨Rosemary Johansson이 있다.

그녀는 단순한 스타일리스트나 타투이스트를 넘어, 카티의 내면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 창작 파트너이자, 해부학과 펑크 미학을 융합한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해 온 아티스트다.

존 하트필드John Heartfield와 존 오라일리John O'Reilly 같은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녀는 사회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존 스타일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실험을 이어 왔다.

루이비통 쇼에서는 버질 아블로의 비주얼 프로모션 영상에 참여하며 업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고, 이후 카티의 레이블 오피움Opium의 로고 디자인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Backrooms’로 돌아가보자. 이 영상은 전통적인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함이나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감각적으로 조각된 불안의 파편들로 가득 채워진다. 필자에게는 이 영상이 단순한 뮤직비디오라기보다, 죽음과 자아의 해체 이후에도 예술은 여전히 살아남는다는 하나의 선언처럼 다가왔다.

Sexisdeath는 영상 속에서 카티를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마치 죽음 이후 남겨진 잔재 혹은 악마와 같은 형상으로 연출한다. 이는 죽은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해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예술적 지향성, 그 미학의 정점에서 파생된 장면이라 볼 수 있다.

©Sexisdeath

Sexisdeath의 어두운 감각은 그녀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병원에서 일하던 어머니를 따라 영안실과 병동을 자주 오가던 어린 로즈마리 요한슨은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어 가는 사람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해야 했다. 이 경험은 훗날 그녀의 작업 전반을 지배하는 미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결코 완벽하거나 이상적이지 않다. 죽음과 인체에 대한 집요한 응시에서 비롯된 그녀의 미학은 기괴하고 으스스한 감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강렬하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Sexisdeath는 단순히 플레이보이 카티의 스타일을 ‘꾸며준’ 조력자로 볼 수 없다. 그녀는 죽음, 해체, 불안, 정체성의 경계를 오가며, 대중음악과 비주얼 아트, 젠더, 죽음, 자기 해체라는 복합적인 층위를 아우르는 하나의 예술적 실험을 실현해 낸다.

이들의 협업은 단지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 문화가 얼마나 깊고 낯선 감각의 층위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Playboi Carti를 악마로 만든 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