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Christmas. The season of perpetual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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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ITOR   윤다은

                                       

거리에 빛이 걸리고 플레이리스트가 그윽해지며 추위에 뺨이 붉어지는 그때,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따지려 들면 굉장히 오래 거슬러 가야 하고 산타 크리스마스, 예수 크리스마스, 예수의 탄생일, 미트라교와 청교도와 이교도와 어쩌고저쩌고 다 따져봐야겠지만 나는 그런 절차는 생략하고 아주 간단하게 시류에 편승하여 다들 크리스마스 용품은 구비했는지, 그때가 되면 볼 책과 영화들은 골랐는지 궁금해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3주 정도 남겨둔 이 시점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미리 영화 고르는 일을 조금 도와보려 한다.

#0 This is Christmas. The season of perpetual hope.


“이건 크리스마스예요. 영원한 희망의 계절.” <나홀로집에(1990)>.

영원한 희망의 계절을 마주한 우리는 어떤 영화들을 기대하는가. 아무래도 미사여구가 아~주 길게 붙은 답변이 나올 것이다. 대충 따뜻하고 벅차고 낭만적이고 교양 있으며 기념일다워야 하고 약간의 유머도 첨가된 정통적인 무언가 …. 안전한 대답인 영화들도 물론 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연말 영화 아닌가. 그럼에도, 약간 더 희망차게, ‘세 편의 답변’을 더 골라보았다. 더불어 어울리는 술과 음식을 함께 제안하는 초특급 크리스마스 패키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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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스레드(2018)>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
<뽀로로의 대모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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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2015)>
<인히어런트 바이스(2014)>
<크리스마스 스토리(1983)>
등의 후보도 있었다.


#1 <팬텀 스레드(2018)>


달콤살벌(?) 로맨스 한 편을 가져왔다. ‘깐깐한 깐새우파 남주와 흑막 여주의 죽일까 말까 로맨스’랄까…. 더하여, 앨범 표지 컬러도 red & green? 어맛 바로 크리스마스 영화 당첨!

(1) 작중 레이놀즈와 알마는 잘나가는 의상 디자이너와 뮤즈 관계에서 시작한다. 강박증에 시달리고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느질 장인 레이놀즈는 그의 드레스를 입어줄 뮤즈를 찾고 그 자리에는 알마가 들어간다. 그녀는 레이놀즈를 안쓰럽게 여기며 그의 곁에 남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고생하다가 독버섯을 발견하게 되는데 ….

(2) 폴 토머스 앤더슨의 텅스텐 필름 35mm 사랑은 누구나 아는 것. 작중에서 보이는 필름 특유의 푸른 빛에 화이티한 조명이 더해져 만들어진 시리지만 화려한 연말 분위기를 달큰히 맛볼 수 있다.

•  곁들일만한 술 : 도멘 필라트로 소뮈르 샹피니 비에이 비뉴
•  페어링 음식 추천 : 트러플 리소토, 얼그레이 케이크


#2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


크리스마스만큼은 선물을 나누고 트리를 꾸미며 아날로그하게 기념하는 우리, 아날로그한 상상으로 찍어낸 영화 한 편쯤은 봐줘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영화 속 인물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와 말을 건다면?’ 또, ‘내가 스크린 속에 들어가버린다면?’... .

(1) 영화 속 영화를 영화 밖의 영화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어느 순간, 영화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현실이고 현실이 영화일 때, 우디 앨런의 환상 속에서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완성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2) 영화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동료에게 열띠게 토로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겹쳐 보며 Nerd - 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3) 영화 안에는 영화 속 영화 속 영화도 존재한다.

•  곁들일만한 술 :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
        * 약간 칠링 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샴페인
•  페어링 음식 추천 : 팝콘, 찹 스테이크


#3 <뽀로로의 대모험 (2004)> 


동심으로 돌아가 산타를 찾아보는 것도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된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뽀로로와 산타 그리고 악당의 모습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쩌면, 순수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애정들이 그리운 걸지도 모른다. 이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난 산타를 광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1) 뽀롱 뽀롱 뽀로로 1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뽀로로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2) 작중 뽀로로와 친구들은 독감에 걸린 산타(산타도 독감에 걸려…)를 대신해 마법 토핑 가루를 쿠키캐슬의 왕에게 전달하려 초콜레또 딜라 여쓰 백작과 겨울 마녀에 용맹하게 맞선다.

(3) 메인 빌런마저도 너무나 아이스러운 이유로 분노하고, 결국엔 마음을 곱게 쓰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화가 분명 역동적으로 느껴졌던 시기가 있었다. 비록 지금은 평평한 재미들만을 얻고, 권선징악적인 마무리에 큰 희열을 느끼지도 못하지만, 추억거리 하나와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로 퍽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4) 감상 팁 : 크리스마스 쿠키와 비슷한 모양새의 마가렛트를 미리 구비해두면 마음과 배가 풍족해질 것….

•  곁들일만한 술 : 프리츠 빈디쉬 동방박사 리슬링 슈페트레제
•  페어링 음식 추천 : 토마토 파스타, 나초


#00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현대로 넘어오며 굉장한 변화를 겪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의미로 기억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12월 25일이 되면 하나같이 서로에게 기쁨이 가득하길 비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전한다.
올해 나는 어떤 영화를 꺼내들지, 어떤 술과 음식을 함께 추천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담은 글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말하기로 했다. 아주 가벼운 인사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곧 크리스마스 축복을 퍼뜨리는 방식이기도 하니까.